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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

2018-07-01

SPECIAL :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개업 한 달 운영일지 02

1. 한 달간 경험하며 바꾼 것들 그리고 뒷 이야기

글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강상윤
Photo by Eric Rothermel on Unsplash.jpg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위치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진 버스터미널 도보 약 5분 거리, 강릉역 시내버스 약 40분 거리)
주변 관광지 : 주문진 수산시장, 주문진 방사제(도깨비 촬영지), 동해안자전거길, 해파랑길 등
객실 : 남성/여성 4인 도미토리 각 1개씩
최대 숙박 가능 인원 : 8명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SNS

블로그 : http://kangdbang.tistory.com/
인스타그램 : @kangdbang
트위터 : https://twitter.com/kangdbang
페이스북 : @강다방게스트하우스

 

 

한 달간 경험하며 바꾼 것들

가. 아침식사는 우유와 씨리얼로 간단하게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손님 분들께 간단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월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아침으로 고기를 굽기도 하고, 전날 술 드시고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 해장 라면을 끓여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볶음밥, 우유와 씨리얼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음식을 조식으로 제공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음식은 역시나 고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고기를 굽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하루의 시작이 피곤하면 그 날 하루 전체가 피곤하고, 그 피로가 손님이 왔을 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 느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스스로가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남들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월 운영 기간을 통해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은 간단한 우유와 씨리얼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강다방 주변에는 주문진까지 왔는데 안 먹고 가면 아쉬운, 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면 꼭 가봤으면 하는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너무 잘(?) 먹으면 그런 곳들을 가지 않는(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의 경우 게스트하우스나 비앤비(B&B, Bed and Breakfast)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이유는 주변에 밥 먹을 음식점이 없거나, 아침 시간에는 문을 열지 않는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천국(?)답게 수많은 음식점과 가게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과의 상생, 교류를 위해서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조금 부실(?)하게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주변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말이죠.

 

좀 더 나아가, 조식을 없애는 것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조식을 없애면 무엇보다 관리가 편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다방에는 저녁 술파티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면 손님들과, 손님들끼리 교류할 순간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없애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할 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저녁 술파티를 하지 않아 여행자들의 교류가 줄어들고 각자 잠만 자고 가면 어떻게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아침밥을 함께 먹는 시간만으로도 여행자들끼리 서로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술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는 조금 귀찮고 비용도 늘어나지만 아침 식사를 계속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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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입구와 계단을 지나면 보이는 반전 매력(?)의 강다방

3월 개업 이벤트 가격인 숙박비 1만원에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강다방에 숙박 후, 개선 사항 및 강다방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사실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이용하신 분들이 진지하게 조언을 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강다방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좀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손님들의 조언 중 공통적으로, 정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입구, 계단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입구와 계단이 게스트하우스 같지 않다, 설마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까(?) 아 잘못 왔구나(?!)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강다방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고 공감하는데… 아직도 어떻게 개선을 하고 수리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럽 여행을 할 때, 건물 외관은 허름했지만, 내부는 외관과 다르게 깔끔한 곳이 많았습니다. 겉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와는 반대여도 외관이 허름해도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다방 역시 한편으로 입구와 현관을 뜯어고치지 않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도록 놔둬도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건물이 낡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초기 강다방은 모두에게 열려있으나 아무나 올 수 없는 컨셉으로 이곳이 게스트하우스라는 어떠한 표시도 해놓지 않았습니다. 손님들에게 보물찾기처럼 주문진의 보물(?)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일종의 재미(?)를 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조언을 받아들여 강다방을 찾는데 도움되는 일종의 힌트인 강다방 로고 스티커와 센서등을 설치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손님들이 강다방을 너무 쉽게(?) 찾아 몇몇 표시를 다시 없애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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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탁자와 2배수 침구류

처음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에는 공용공간(거실)에 탁자가 없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탁자가 꼭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아침밥을 제공할 때에는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었습니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거실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실에 탁자가 없었고 맨 땅에 바닥만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 초기 강다방에 머무셨던 분들은 공용공간에 나오지 않고 방 안에서만 활동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도 역시 땅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하려니 굉장히 뻘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3월 초기에 탁자를 구입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들이 거실에 나와 책을 보거나, 간단하게 치킨과 맥주를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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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서로 이야기 할 때, 서서 이야기해야 했는데, 탁자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니 훨씬 더 안정되고 오랜 시간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탁자가 꼭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탁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구매한 것 중 가장 잘 선택한 물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할 때에는 침구류 수량을 딱 맞게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3월 한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침구류가 2배수가 되도록 수량을 추가 구매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가 만실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눈물 좀 닦겠습니다…) 그래도 침구류가 2배수로 있으니 빨래 걱정, 건조 걱정이 줄어들어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거나 현재 운영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2배수 이상의 침구류를 준비해놓으세요. 생활이 달라집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는 손님이 많아지면 침구류를 3배수로 구비해놓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길 바라며…)

 

 

 

 

 

3. 강다방 한 달간 운영 그 뒷이야기

강다방답게 강다방다운 강다방 되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시설 좋고 세련된 게스트하우스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문득 게스트하우스는 호텔이 아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설이나 인테리어로 게스트하우스는 호텔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시설 좋은, 호텔 아닌, 호텔 같은 게스트하우스들도 많긴 합니다.

 

어떠한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게스트하우스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게스트하우스의 핵심은 좋은 시설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여행하고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중,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곳들은 시설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그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강다방은 좋은 시설의 게스트하우스가 되기보다 좋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강다방에 오신 많은 분들은 강다방을 친구네 집 같다, 하숙집 느낌이 난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동안 그 말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헷갈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손님이 좋고 나쁨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친구네 집, 하숙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되면 그걸로 충분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다른 곳과 스스로 비교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과 비교하여 강다방에 없는 것들을 발견하면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곳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따라한다 해도 그것은 자신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다른 게스트하우스가 되는 거겠죠. 최근에는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비교하여 강다방에는 없는 부족한 점이 보일 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강다방답게 강다방만의 색깔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지 한 달 동안, 남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와 병행하던 카페 알바 일도 그만 두었습니다. 당장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없어졌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래도 행복한 것 같습니다. 이제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안 오면 손을 빨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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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길 바라요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현실에 부딪히고 고민하면서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저의 생각도 조금은 넓어지고 커졌으리라 믿습니다.

 

원래 이 글은 3월 한 달 동안 강다방을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찾아주신 분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도 아니고 당장 2년 뒤에는 문을 닫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부족함 많은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강다방을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준 것처럼, 이 글이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힘과 응원이 되길 바라봅니다.

 

 

 

[연재목차]

2018.06 이용객 통계

2018.07 한 달간 경험하면 바꾼 것들 그리고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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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방 게스트하우스 강상윤

강릉에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