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컴플레인 대응하기
글 ONDA 김지호 매니저

아, 저기 컴플레인할 것 같은 손님이 걸어온다. 어떻게 하지?
어떤 사업이든 그렇지만 특히나 숙박업소를 운영하다 보면 ‘촉’이 생깁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고객의 발걸음 소리나 숨소리, 얼굴에서 이미 무언가 한 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불에 문제가 있었나?’, ‘화장실 변기가 막혔나?’, ‘침대가 부서졌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 때 즈음 고객이 앞으로 찾아와 입을 열면 매번 새로운 컴플레인의 세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컴플레인은 사소한 것부터 해결할 수 없는 것들까지 정말 다양하죠.
컴플레인을 잘 해결하는 방법 : 역지사지, 처지 바꾸어 생각하기
고객의 항의를 듣다 보면 불만 사항이 바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들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컴플레인을 겪으면서 이를 해결하는 최적의 공식이 있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바로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기’ 즉, 역지사지의 태도가 컴플레인 해결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고객 서비스를 보더라도 ‘내가 받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고객 만족을 가져오거나 또는 문제의 상황에서 좋은 해결책이 되기도 합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한다’는 일이 말로는 쉬워도, 실제 상황에서 독자 여러분이 적용하실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아 역지사지로 활용하기 좋은 질문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저 일을 당했으면 어떨까?’
정말 간단한 질문이지만 우리가 실제 컴플레인을 받았다면 그때 바로 생각하지 못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자신에게 ‘만약 내가 똑같은 상황에 부닥쳤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죠.
숙소를 운영하다 보면 나만의 숙소 운영 환경에 젖어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항상 머릿속에 기록해두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만약 같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보면, 대부분 고객이 보여준 반응과 비슷한 반응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고객에게 공감하는 태도로 더 나은 답을 제시할 수 있겠죠?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어떤 도움/솔루션을 받고 싶을까?’
그다음이 바로 이 질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고객의 입장을 투영하는 것이죠. 내가 고객이라면 ‘이런 것을 원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대부분 역시 고객이 원하는 정답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객실의 이불에서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나온’ 상황에서 고객은 어떤 솔루션을 받고 싶을까요? 바로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없는 ‘깨끗한 이불’을 받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깨끗하게 준비된 이불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사실 상황과 사과를 듣고 싶다.
사실 고객이 이렇게 항의를 할 때는 대부분 본인이 우리 숙박업소에 기대한 ‘기대치’와 받은 것의 ‘질’이 달랐을 때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우리 숙소가 고객의 기대치를 조절하지 못했거나, 또는 숙소가 고객의 기대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서비스업을 하는 입장에서 고객에게 그들이 기대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은 다른 것보다도 가장 먼저 발생한 상황에 대한 사과를 받기 원합니다. 사과를 통해 직원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하여야 고객은 그때부터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진실하고 진중한 사과일수록 이후의 문제 해결이 더욱 쉬워집니다)
이렇게 고객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럼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적절히 제안하며 문제 해결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직접 겪어본 최악의 컴플레인 Best 3
정말 수많은 문제를 겪어보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잊을 수 없는 컴플레인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를 꼽으면서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 이걸 어떻게 처리했나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일이 다른 분들께는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1. 혼숙할 수 없는 도미토리 객실에서 술 취한 이들끼리 혼숙이 있었다.
제가 제주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숙소는 호스텔이었기 때문에 공용 객실(도미토리)이 있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남녀 혼숙 도미토리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은 국내 정서상 남녀 도미토리 객실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 숙소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호스텔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되던 어느 날 아침, 여자 손님 한 분이 매우 화가 난 얼굴로 프런트로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본인은 남편과 세계여행을 하는 중으로 남녀 도미토리 객실 분리 체계 때문에 남편과 함께 자는 것을 포기하고 떨어져서 지냈는데, 오늘 남편의 객실에 웬 여자가 다른 남자랑 붙어 자고 있다는 것을 듣고 항의하러 온 것입니다.
이건 솔직히 우리로 인해 생긴 문제도 아닌데 왜 우리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를 한참 생각하던 찰나, ‘안전’과 ‘보안’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객이 본 문제를 불편해하고 염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상황 파악을 위해 문제를 확인해보니, 술에 취한 두 남녀가 눈이 맞아(?) 같이 잠을 청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 두 고객으로 인해 당시 같은 도미토리에 숙박하던 여러 손님은 불편과 불안을 겪은 게 당연함을 인지했고, 최적의 솔루션으로 안전과 추후 생길 문제까지 고려해 물의를 일으킨 고객을 퇴거시키며 문제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체크아웃 이후 해당 고객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악평과 후기를 남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고객들에게 더 많은 리뷰를 받으려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2. 술에 취한 손님이 다른 손님의 가방에 볼일을 봤다.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술에 취한 손님이 다른 손님의 가방에 볼일을 보았습니다. 가방의 겉에 볼일을 본 것이 아니고 열린 슈트케이스 안의 옷과 물건들에 볼일을 보았기에 정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건 정말 숙소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억울해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선 ‘무조건 사과’를 하고, 사고를 친 손님은 다른 숙소로 옮길 것을 권하고, 변을 당한 손님께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3. 무료 투숙을 원하는 블로거가 찾아왔다.
어느 가을날 갑작스레 여자 한 분과 그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2명이 숙소로 들어오시더니 대뜸 네이버에 자기 블로그를 검색해보라고 하며 ‘제가 하루에 몇천 명이 방문하는 블로그 운영하는 블로거인데 제가 제주를 여행 와서 어쩌고저쩌고…’ 라고 말을 길고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의 결론은 ‘자신을 무료로 투숙시켜주면 블로그 글을 써주겠다’였습니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에 놓인 저와 옆에 계시던 사장님은 몇 분 동안 계속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듣다가 ‘피차 남은 객실, 한 번 확인해보자’하고 객실을 제공했습니다.
두 분이 투숙하는 동안 저희는 그분들을 일반 손님처럼 똑같이 대우하며 신경을 썼고 그 블로거는 무사히 체크아웃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2주 즈음 지난 뒤 우리 숙소에 대한 글이 블로그에 올라왔는데, 이후 눈에 띄도록 한국인의 예약이 늘었음을 체험하고 블로거의 힘을 느꼈습니다.

고객이 만약 우리 숙소에 대한 악평을 남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외에도 정말 많은 경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겪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해당 고객이 온라인상에 숙소에 대한 나쁜 후기를 남길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도 호스텔 매니저 고군분투기 5번째 편, ‘피드백 받기, 그리고 개선하기’ 칼럼을 참고해보세요.
컴플레인을 받은 스태프에게는 어떤 대우를 해주어야 할까?
우리가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하다 보면 쉽게 잊어버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해당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스태프’에 대한 것입니다. 크든 작든 발생한 문제를 담당하고 처리하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스태프에게는 사건 마무리 이후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의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스태프에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제공한다면 업무상의 번아웃을 미리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업의 숙명, ‘고객 만족’.
서비스업은 무형의 제품을 제공하는 업입니다. 여기서 무형의 제품이란, 아마도 ‘고객의 기대’를 채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숙소 운영을 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여 또 다른 고객 만족을 만들어내는 것이 서비스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컴플레인이 있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의 방법과 경험을 활용해 최적의 고객 만족 달성과 더욱 지속 가능한 숙소 운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재목차
2018.09 컴플레인 대응하기
2018.10 예약사이트 제대로 활용하기
2018.11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