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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s

2018-10-02

SPECIAL : 아티스트가 머무는 공간 03

03.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글 핀즐 전하영 에디터(www.pinzle.net)

먼슬리 아트웍 핀즐
웹사이트 :
www.pinzle.net

핀즐은 국내 유일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로,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공간을 일구어 가는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리고자 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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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The ocean, stars and a half moon.jpg

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환상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 공방, 아틀리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그곳,

바로 예술가의 공간. 그곳에서라면 왠지 시간도 느리게 흐를 것만 같고 사소한 순간조차 영감이 될 것 같다.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고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하는 수많은 작품이 탄생한 곳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진1 하와이안 셔츠가 잘 어울린다.jpg

키우치 타츠로

 

누구에게나 가보지 못한 길이 있다. 고민 끝에 지나쳤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간직하고 있는 길.

누군가에게 그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또 누군가에겐 점점 선명해진다. 그런 점에서 키우치 타츠로는 후자를 선택했고, 선명해진 그 길은 바로 그림이었다. 키우치 타츠로는 생물학도가 되기로 그의 진로를 결정했지만, 그 뒤 ‘그때 그림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점점 커져만 갔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그는 가지 않았던 길로 되돌아가기를 택했다. 거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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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집을 방문해 보라고들 한다. 그의 일상과 취향이 가장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pen still="" writes="">,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아날로그가 필요하다는 키우치 타츠로의 철학은 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의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스튜디오 내부 역시 마찬가지. 붓이며 물감 같은 전통 화구와 대형 아이맥,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가 한데 공존하고 있다. 그 모습이 이질적일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서로 잘 섞여 들어간다.</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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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훨씬 일상적인 풍경들로 채워져 있었다. 출출할 때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한쪽 테이블에 차곡차곡 쌓아둔 즉석식품과 과자들. 포장지에 쓰인 낯선 외국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이 물씬 풍겨 나왔다. 또 한쪽에는 하얀 옷걸이 세 개가 얌전히 벽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아티스트에게 작업실은 밥을 먹고 다시 힘내서 일하는, 중요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삶의 터전에는 지나온 궤적이 녹아 있기 마련이듯, 스

튜디오 곳곳에 그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숨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골프장 출입증이다. 2013 마스터스 골프대회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맡았을 때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출입증 덕분에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사진을 참고하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풍경 속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작업할 수 있어 참 행복했다는 키우치 타츠로. 그의 사진이 커다랗게 박힌 이 출입증은 단순한 출입증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그를 데려다주는 소중한 매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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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평소 관심사 역시 스튜디오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소문난 야구광이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벽 한쪽에는 한창 경기 중인 야구장 풍경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 있었다. 선수들의 긴장 섞인 얼굴, 그 위로 흘러내리는 땀방울, 시끌벅적한 함성까지 열기를 더해가는 야구 경기가 저절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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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골동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금껏 그가 직접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 이 물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골동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각각의 물건들이 품고 있을 이야기들을 상상해본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 자리에 똑같이 서서 그림을 들여다보거나 수집품을 가만가만 만져보는 키우치 타츠로의 모습도 함께 상상할 때, 왠지 그 순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슬며시 떠올라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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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공간. 키우치 타츠로의 스튜디오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고, 더 많은 작품이 새롭게 탄생하게 될 곳. 그곳에 직접 다녀오고 나니 가지 않은 길로 평생 남겨둘 수도 있었을 길에 되돌아와 뚜벅뚜벅 발자국을 남겨온 키우치 타츠로가 앞으로 찍어나갈 미래의 발자국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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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cean,="" stars="" and="" a="" half="" moon="">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제목에는 바다와 별과 달이 등장하지만, 정작 작품 속에서는 푸른 바닷물이나 그 위에서 넘실대는 별빛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조차 알 수 없지요. </the>

그렇지만 오히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게 됩니다. 고래의 등에 찍힌 것이 어쩌면 흰 반점이 아니라 총총 떠오른 별은 아닐까, 뒷모습을 보이고 선 사람에게는 밤하늘이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요. 어쩌면 키우치 타츠로가 작품에 담고 싶었던 것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정해진 의도에 따라 이해하기보다는 오래 들여다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작품이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 말이죠.

메인사진(The ocean, stars and a half moon.jpg

이런저런 소리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은 순간도 있다는 사실. <the ocean,="" stars="" and="" a="" half="" moon="">은 그런 것들을 일깨워 줍니다.</the>

 

 

 

[연재목차]

(도쿄 편)
2018. 08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2018. 09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2018. 10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파리 편)
2018. 11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2018. 12 아늑한 보금자리, 뱅상 마에
2019. 01 힙 & 트렌디, 아카트레 스튜디오
2019. 02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베를린 편)
2019. 03 영감의 원천 베타니엔 미술관, 미켈라 피키
2019. 04 담배연기 자욱한, 기욤 카시마
2019. 05 베를린예술대학교, 카르멘 레이나
2019. 06 조형과 여백, 클레멘스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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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즐 진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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