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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1

SPECIAL : 아티스트가 머무는 공간 04

04.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글 핀즐 전하영 에디터(www.pinzle.net)

먼슬리 아트웍 핀즐
웹사이트 :
www.pinzle.net

핀즐은 국내 유일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로,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공간을 일구어 가는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리고자 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연재하는 내용 및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관련 문의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핀즐’로 주시면 신속하게 응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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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환상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 공방, 아틀리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그곳,

바로 예술가의 공간. 그곳에서라면 왠지 시간도 느리게 흐를 것만 같고 사소한 순간조차 영감이 될 것 같다.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고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하는 수많은 작품이 탄생한 곳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진 1.jpg

사진 1. 파리의 일러스트레이터 세브린 아수

 

그러니까 세브린 아수가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건 아니다. 세브린 아수는 파리의 예술학교에서 조소를 공부한 후 잠깐 조각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예술학교 졸업 후 그녀가 선택한 것은 광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브린 아수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20년이란 세월을 보낸 후, 딸 레이첼이 태어나면서 그녀의 이름도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사진 2. 창문 못지않은 크기의 대형 거울

사진 3. 꽃과 반짝이는 등이 눈길을 끈다

 

 

엄마,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그녀의 감정은 그녀가 그린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그림에서 듬뿍 스며 나온다.

 

전날 밤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는 세브린 아수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뚝 그쳤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초록빛 대문과 함께 펼쳐진 정원 위로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내리쬐었다. 그녀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간 집안에서는 커다란 창문 너머로 들이친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햇살 한가운데에 서 있자니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창문 옆으로 놓인 대형 거울이 등을 돌리고 있는 집안 곳곳을 비춰주었다.

 

사진 4. 세브린의 습작들

사진 5. 높은 층고에 맞춘 책장

사진 6. 딸 레이첼이 좋아하는 핑크색

 

좋아하는 것으로만 가득 채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행복이 차오르는 공간.

세브린 아수에게 집은 그런 곳 같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화풍인 알록달록한 색감과는 또 다른 느낌을 풍기는 무채색의 습작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책장에는 지금까지 그녀가 작업한 아동서적이며 딸아이에게 읽어준 책들이 소중하게 꽂혀 있었다. 방 한쪽으로는 커다란 조명이 두세 개씩 세워져 있어 마치 스튜디오 같은 느낌마저 풍겼다.

 

사진 7.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해주는 세브린

사진 8. 레이첼의 작품

 

만화책부터 인스타그램 속 게시물들, 많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꽤나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그녀의 딸, 레이첼일 것이다. 이제 다섯 살인 레이첼은 세브린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관점과 표현력을 선물하는 아주 특별한 뮤즈다. 실제로 세브린의 작품 중에는 레이첼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작업한 것들이 많다. 냉장고며 벽 곳곳에는 레이첼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는데, 거창하게 꾸민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사진 9. 드로잉을 선보이는 세브린

사진 10. 다양한 오브제의 어울림이 좋다

 

세브린의 작업은 구체적인 주제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리고 싶은 형태나 색상을 먼저 떠올린 다음, 이를 머릿속에서 구체화한 이미지를 종이 위에 그려본 후에야 비로소 컴퓨터로 옮겨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작업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흔쾌히 책상 앞에 앉은 세브린은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런 세브린의 모습 뒤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겹쳐 보였다. 마치 원래부터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라도 한 듯 잘 어우러지는 풍경이었다.

 

사진 11. 채광이 좋은 널찍한 거실

사진 12. 거실 한쪽, 세브린 남편의 공간

 

그녀의 공간은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어딘가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즈음 다시 한번 집안을 둘러보다 깨달았다. 이 여유로움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인터뷰 내내 세브린이 지어 보이던 미소나 중간중간 표현하던 행복은 결코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그림이라는 작업을 통해 자신에게 충실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그럴수록 행복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한층 더 깊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세계의 한 축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가족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그림뿐만 아니라 공간에서도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으로 가득 찬 곳, 세브린 아수의 세계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사진 13

사진 13. [Orchestra], 세브린 아수

 

 

누구나 책과 영화를 즐기는 시대지만 그림은 여전히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때 창작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고서 작품을 접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로만 접할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핀즐은 그런 관점에서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 라이프스타일을 취재하고 이를 영상과 매거진으로 기록하며, 선정한 작품을 대형 아트웍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혹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쉽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술을 더 가까이 선물하고픈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세브린 아수의 <orchestra></orchestra>는 한눈에 보기에도 유쾌한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피아노는 물론이고 하프며 바이올린, 트럼펫, 호른, 드럼까지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는 연주자들은 몸을 한껏 비틀고 꼬아대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며 연주합니다. 격식을 차리기는커녕 손끝에서 빚어내는 멜로디 한 음 한 음에 푹 빠져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들리지는 않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왠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발랄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한껏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흐뭇하기도 하고, 과연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저런 모습을 보일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주위의 시선은 신경이 쓰이지도 않을 만큼 푹 빠져들게 되는 일, 그 자체로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일. 여러분에게 그런 일은 무엇인가요?

 

 

 

[연재목차]

(도쿄 편)
2018. 08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2018. 09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2018. 10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파리 편)
2018. 11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2018. 12 아늑한 보금자리, 뱅상 마에
2019. 01 힙 & 트렌디, 아카트레 스튜디오
2019. 02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베를린 편)
2019. 03 영감의 원천 베타니엔 미술관, 미켈라 피키
2019. 04 담배연기 자욱한, 기욤 카시마
2019. 05 베를린예술대학교, 카르멘 레이나
2019. 06 조형과 여백, 클레멘스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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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즐 진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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