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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

2018-12-03

ESSAY : 사업하려면, 일단 생존부터

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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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아직 온전히 살지 못한 모든 이들을 위한 웹툰,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서 자주 회자하는 대사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웹툰으로서의 <미생>을 읽을 때 저는 </미생></미생>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었고, tvN에서 드라마 <미생>을 방영할 때에는 </미생>회사원이었으며, 도서로 출간된 <미생>을 다시 꺼내 본 것은 </미생>퇴사 후 사업을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시즌 1, 81수 중에서.

윤태호 작가의 시즌 1, 81수 중에서.

 

 

학생으로서 이 구절을 접할 땐 만화 속 비장한 대사 정도로 느꼈고, 회사원으로서 있을 땐 ‘그래…. 밀어낼 때까지 버티는 것이 회사원의 숙명인가’라며 본분을 생각했습니다. 비로소 회사를 나와 제 사업을 하는 지금 시점에서야 이 구절에 절실하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회사 밖은 지옥이고, 야생입니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것은, ‘회사원이 힘들지 않고 바깥에서 자영업 하는 게 훨씬 더 힘들다’는 식의, 누가 누가 더 힘드나 비교하자는 의미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회사 안과 밖의 차이를 비교하고자 했습니다.

 

 

한 마디로, 회사는 온실과 같습니다.

회사에도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작은 사회가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 통제되고 잘 제어된 환경입니다. 마치 작물을 잘 길러내기 위해 온도와 습도, 토양 성분을 제어하는 온실처럼요.

회사는 다달이 월급을 지급하고 나름의 복리후생을 지원하며, 직무와 역할을 정해주죠. 회사 안에서도 사람 간에 갈등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지만, 도가 넘어가면 회사 안에 마련된 나름의 시스템에 의해 조정을 받게 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보고와 결재 프로세스를 통해 책임을 분산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판단하죠.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은 모두 온실 속의 화초냐고 반문하신다면, 아닙니다. 이 말은 회사원이 유약하다거나 세상을 모른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회사 안의 통제된 환경이 마치 온실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밖은 그야말로 生 야생입니다.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잡초가 모진 비바람에 뽑힐까, 지나가던 짐승에게 밟힐까, 밭뙈기 주인에게 뽑혀나갈까 걱정하는 미래 운명을 알 수 없는 인생이듯이, 밖에서는 단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다이내믹한 일상이 계속됩니다.

특히 사업 중에서도 자영업을 하는 저의 경우 상식을 넘어서는 진상 손님이 나타나기도 하고, 건물 임대인에게서 무리한 요구를 듣기도 하며, 때로는 건물 수도관이 터져 공중에서 물난리가 나기도 하죠. 일을 의뢰한 업체가 견적서에 교묘하게 장난을 친다거나, 한참 계약하려는 상대방과 얘기했는데 막상 계약서를 쓰려고 보니 지금까지 열나게 얘기했던 사람은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였다거나…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하루 단위로 계산해가며 이번 달에는 흑자일지 적자일지 전전긍긍하는 건 예삿일이고요. 주절주절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위에 열거한 모진 일들을 회사에서도 비슷하게 겪는 분들이 있겠지만요. 자영업이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의 종착지가 ‘나’라는 점입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당사자인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험난한 상황을 뚫어 살아남아야만 하죠.

 

 

 

그렇기에, 사업가에게는 생존 전문가로서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마치 어떤 환경에서도 파훼법을 찾아내는, 코끼리 대변을 짜내어 수분을 보충하고 곤충들을 훌륭한 단백질원으로 활용하는 베어 그릴스(Bear Grylls)처럼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필요합니다. 아무거나 다 드시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생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보다는 눈앞에 맞닥뜨린 어떤 상황에서든 순발력 있게 대응해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은 규모로 자기 사업을 이끄는 중에, 우리 사업에 무슨 악재가 벌어질까 봐 지레 겁먹고 비상 대피 계획을 세우는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기업에서 내로라하는 전략가들이 걱정을 토대로 머리를 맞대고 세운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인데, 하루 밥벌이에 바쁜 새내기 사업가는 오죽할까요.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생각 자체를 관두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시장, 소비자, 아이템, 경쟁자, 외부환경 등에 대한 집중과 몰입은 때로는 생각지도 못할 통찰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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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점심거리로 전락시키는 먹이사슬의 정점. (출처 : http://www.desktopbackground.org)

 

 

이 글에서 제 생존의 위기들, 혹은 다른 케이스들을 열거하면서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생존하세요!’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짧게나마 제가 사업의 위기와 환난을 겪으면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마음가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사업장의 설비가 먹통이 되어 전체를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고,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으며, 혹은 대비하지 못한 세금이나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 탓이다, 무슨 제도와 법이 잘못된 거다, 이런 피상적인 생각과 말은 쓸모가 없습니다. 대체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여 신속히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합니다.

설비를 뜯어고쳐야 한다면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건지, 고쳐야 하는지 교체해야 하는지. 법적 문제에 휘말렸다면 어떤 법 조항에서 문제가 되는지, 당사자 간에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 비용이 발생했다면 절감할 방법이 있는지, 분할해서 지불 가능한지, 자금을 끌어올 방법이 있는지 등의 대응 방안을 말이죠.

‘어떡하지, 누가 이랬어, 이제 우린 끝이야’ 따위의 혼란과 책임 전가는 사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을 마주 보고 재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2. 내가 살아남는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서, 내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받을 수도 있고 자산을 일부 잃을 수도 있으며 고객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 사업이 살아남기 위한 최저의 마지노선을 마음속에 그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당분간 매출이 줄어들어 적자가 날 것 같다면 사업 지속을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최소한의 비용은 얼마이고, 긴축 상태로 사업을 지속하려면 최소한의 수입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인적 자원에 타격을 입었다면 사업 운영을 위한 적정 인원은 얼마인지 늘 계산해야만 하죠.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살아남아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생존을 위해 신진대사를 강제로 줄이고 최소한의 영양분만 소모하면서 수개월을 버텨내듯, 생존을 위한 최저 체력이 얼마인지 마음속에 새겨두고 그 선까지는 버텨본다는 처절함이 때로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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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잘될 거라는 낙관에는 근거가 있나?

때때로 위기가 닥쳤을 때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기다려보면 잘될 거야’라는 등의 낙관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정말 중요하고 위기를 헤쳐나갈 때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낙관에는 근거가 있나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사례가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전쟁포로로 잡혀 무려 8년 동안이나 수용되어 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장교 Jim Stockdale의 이름을 딴 사례인데요. 전쟁포로로 잡혔을 때 가장 먼저 죽어간 것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들이었다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풀어주겠지!” “여름 전에는 풀려나겠지!”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있다가, 정작 그 시기가 지나면 삶의 의지를 다 잃었다고 하죠. 살아남은 자들은 현실의 참혹함과 끔찍함을 직접 마주 보면서, 냉철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것이라는 긍정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그저 ‘이번 달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지만, 다음엔 나아질 거야. 지금까진 괜찮았잖아~’와 같은 나이브한 생각이 아니라, ‘이번 달에는 매출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통계와 시장 상황과 우리 고객들의 추이를 보았을 때 다음 달에는 매출이 나아질 것이다. 이번에는 큰 비용이 들었지만 이것은 일시적으로 이런 분야에 비용이 사용된 것이니, 다음에는 완화될 것이다.’와 같이 근거 있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낙관의 근거를 찾으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고, 정확한 자가 진단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한 자신감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생존에 중요했던 개인적 마음가짐을 짤막하게 정리해봤는데요. 또한 야생에서 생존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듯, 사업가 또한 ‘사업가의 체력’이 중요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추후 기회가 될 때 서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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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생>에서 언급한 회사 안의 전쟁터에서나 회사 밖의 지옥에서나,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은 마찬가지입니다. </미생>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지옥을 마치 도무지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영역처럼 얘기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지옥에서의 삶이 더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삶일 수도 있겠죠.

 

전쟁터에서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라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멈추고 싶어도 전우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옥은 자신이 치른 잘못과 죄의 대가로 영원한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그 고통은 자신의 자유의지와 욕망에 따른 행동의 결과입니다.

 

회사 밖은 지옥처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가득한 환경이지만, 혹시 누가 아나요. 그 모든 역경을 뚫고 그 지옥에서 살아남으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자가 되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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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