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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s

2019-07-04

ESSAY : 독립게임 에세이 – 공간을 채우는 예술, 게임 07

07. 서너 명 : 추론

Writer 아거게임즈 안민우 대표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Photo 유화가랑&Studio Sio


 

안녕하세요, 아거게임즈 대표 안민우입니다. 한창 비가 많이 내린 뒤, 이제는 무더운 계절의 허리를 지나는 날이네요. 이렇게 덥고 습한 날에는 실내에 많이 있게 되는데요. 그때 보드게임 한판 같이 즐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거실 / 로비 / 미팅룸 / 공용공간 / 라운지처럼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공간에 놓으면 좋은 추론 게임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서너 명이 쫄깃쫄깃하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들만 모아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징 : 추론

지난 3월호에 추론과 추리, 심리전에 대해 자세히 쓴 적이 있죠. 이를 요약하자면 아래의 세 가지 문구로 정리할 수 있어요.

 

1) ‘심리전’은 폭넓게 쓰이는 개념이지만, 심리전에만 초점을 맞춘 게임이 분명히 있다는 것.

2) ‘추리’를 표방하는 게임들은 장르 상의 추리가 아닌, ‘게임적 추론’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3) ‘추론’은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유추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게임 중 카드 수를 세는 ‘카운팅’이 ‘추론’의 시작인데, 이 능력은 모든 게임 선택의 기반이 되죠.

 

저번에는 2인용 게임을 다뤘기 때문에, 만약 해당 게임에 ‘추론’ 요소가 많이 있더라도 1:1 싸움이다 보니 심리전과 같은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원이 늘어나면 추론적 요소도 늘어나죠. 예를 들어 2인용 심리전 때 소개했던 다빈치 코드를 3~4명이 즐기면 정보를 가진 주체가 많아 상대의 생각을 방해하기 위한 거짓말이 난무하고, 여론몰이가 시작되죠. 이렇게 서로 추론 말고는 믿을 게 없어서인지 대부분 말도 많아지고 더 빵빵 터지시더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3~4인용 추론 보드게임을 들고 왔습니다. 대부분 이들을 ‘추리’ 게임으로 소개하기 쉽지만, 아트워크와 문구 때문에 추리 게임이라며 오해받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우리가 아는 장르 상의 추리가 아니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선 특히 위에 말씀드린 카운팅이 중요합니다. 여느 게임이 안 그렇겠냐마는, 공개된 정보를 연결해서 변수를 예측해야 하죠. 그래서 플레이어끼리 상호작용 없이 건조하게 즐기거나, 말도 많이 하고 게임의 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블러핑 혹은 연기하며 상대의 카운팅을 방해하는 극과 극 플레이 방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이하는 플레이어의 성향을 잘 파악하시면 좋겠죠. 그럼 한번 들어가 볼까요?

 

 

1. 셜록 13 (Sherlock 13)

 

01_게임 소개

셜록 13(Sherlock 13)은 말 그대로 셜록홈스 세계관 속 13명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추론 게임입니다. 본인이 가진 정보에 상대가 가진 정보를 많이 알아낸 후 이를 더해야 답을 맞힐 수 있죠. 셜록 13은 추론적 요소가 잘 살아있는 것뿐만 아니라 계속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플레이어끼리 말을 많이 하도록 합니다. 이는 추론 난이도를 더 재미나게 올리기 때문에 저희 공간에 3, 4인 고객이 오셔서 추론 게임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뒤에 소개할 ‘클루’라는 게임을 배워보고 싶다고 하실 때 셜록 13을 먼저 알려드려요. 다빈치 코드 위에 셜록 13을 쌓고 클루로 넘어가면 안전하달까요.

 

02_셜록 13 플레이 규칙 설명

먼저 13명의 캐릭터를 잘 섞어 플레이어 인원수에 맞게 골고루 나눠줍니다. 이러면 항상 1장이 남게 되는데, 어떤 플레이어라도 본인의 차례에 그 캐릭터가 무엇인지 맞히면 승리합니다. 각 캐릭터 카드에는 배지, 해골, 목걸이 등 특정 아이콘이 조합되어 있고, 이를 단서로 삼아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은 캐릭터를 맞춰야 합니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세 가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A) 자신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특정 아이콘이 있는지 묻는다.
· 각 개인이 들고 있는 캐릭터 전체에서, 질문자가 얘기한 아이콘이 있다면 손을 들어 알려줍니다.
· 만약 여러 개가 있어도 그냥 손을 들어 있는지 없는지만 알려주면 됩니다.

 

B) 한 플레이어를 지정하여 특정 아이콘이 몇 개 있는지 묻는다.
· 대상 플레이어는 본인이 들고 있는 캐릭터 전체에서, 질문자가 얘기한 아이콘이 있다면 개수까지 정확히 구두로 알려줍니다.
· 다른 플레이어가 들을 수 있습니다.

 

C) 정답을 맞힌다.
· 정답을 맞히면 게임이 즉시 종료됩니다.
· 만약 답을 틀리면 즉시 게임에서 빠지게 되지만, 누군가 빠진 플레이어에게 아이콘에 대해 A, B 액션으로 물어본다면 당연히 대답해줘야 합니다.

 

셜록 13과 같은 정통 추론 게임(소거법 기반)은 자칫하다가는 분위기가 너무 진중해질 수도 있는데, 셜록 13은 플레이 규칙이 가벼워 이를 다소 완화시킵니다. 자신이 A, B 액션을 함에 있어서 그 결과를 다른 플레이어들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본인 또한 다른 플레이어의 차례에 이 이득을 똑같이 보니까요. 즉, 개인 차례에 다른 플레이어를 참가시킨 효과가 일어나죠. 결국, 내 턴이 돌아올 때까지의 과정이 쪼개지므로 게임의 속도감이 더 빠르게 느껴지고 분위기도 활발해집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캐릭터 별로 가진 아이콘이 많고 산재해있기 때문에, 개인별 지급받는 플레이어 시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게임이 가볍기 위한 중요 요인이죠. 만약 저 시트 없이 플레이했다고 생각하면…어휴!

셜록 13은 추론 게임치고 내 차례가 돌아오기 전까지 정보가 꽤 많이 공개되는 편이기 때문에, 시트를 활용하여 정보를 잘 정리해야 이기기 쉽습니다.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게임의 속도감도 훨씬 빨라지고 금방 끝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니 차례가 돌아오는 것을 잘 고려하셔서 한 바퀴 전 정도는 정답을 외치는 이른 모험도 좋은 전략이죠. 그렇다고 모험을 너무 많이 하면 게임이 그냥 찍기 게임으로 변해버리니 주의해야 하는 거 아시죠?

 

04_비주얼

근대 유럽을 고스란히 담은 캐릭터들과 투박한 종이, 수채화 느낌이 나는 그림체입니다. 게임 디자인은 ‘황소망’이라는 국내 보드게임 작가분이, 작화는 ‘뱅상 두트레(Vincent Dutrait)’이라는 보드게임계 유명 프랑스 원화가께서 맡아 작업하셨습니다. 보드게임 비주얼 만족감을 높여주는 깨알 같은 포인트로, 셜록 13은 플레이어 시트를 가려주는 가림막을 다 이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셜록홈즈 세계관 속 13명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추론 게임, ‘셜록 13(Sherlock 13)’

 

 

 

2. 클루 (Clue)

 

01_게임 소개

대망의 ‘그 게임’이 나왔군요. 정말 수백 판을 한 게임이자 어린 시절 처음으로 푹 빠졌던 보드게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 플레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것마저 어찌나 재밌던지. 가족과 놀러 갈 때면 항상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있던 녀석으로 야외 텐트 안에서도 랜턴 켜놓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클루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작이지만 제 기억 속 첫판과 두 번째 판은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가지고 있던 보드게임이 이것밖에 없었으니 여러 판 해봤던 것뿐이고, 하다 보니 점점 재밌어졌던 거죠.

 

실제로 클루(Clue)는 처음 해보는 분들이 배우기 어려워하는 게임 중 하나이자 한번 감을 못 잡으면 재미 붙이기 힘든 게임입니다. 규칙은 분명 어렵지 않지만, 게임 전체를 이해시키기 어렵거든요. 이기기 위해서 신경 써야할 부분과 그에 따라 본인이나 다른 사람 차례에 중점적으로 봐야 할 요소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전달하기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보드게임 체험공간에서는 설명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한판을 마쳤다면? 이제 그 테이블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리플레이성과 몰입감이 높습니다. 이제, 그 마성의 게임 클루의 규칙을 한번 보시죠.

 

02_클루 플레이 규칙 설명

말씀드린 대로 규칙은 쉽습니다. ‘범행 도구, 범인, 범행 장소’ 세 가지 종류의 카드 더미가 있고, 잘 섞인 카드 더미별 한 장씩을 빼 ‘사건의 정답’ 3장을 구성합니다. 이는 아무도 볼 수 없도록 게임 안에 든 비밀 사건 봉투에 넣어 보관하고, 남은 카드를 전부 섞어 플레이어에게 나눠줍니다. 이렇게 게임 준비가 끝나면 본인 차례에는 세 가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A) 주사위를 굴려 이동한다.
· 대각선으로는 이동 불가하며, 수직/수평으로 주사위 눈 1개당 1칸씩 이동합니다.
· 어떤 방(모든 범행 장소)이라도 들어가면 더 이동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있는 칸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B) 추리한다.
· 만약 방에 들어가면, 해당 ‘방’을 기준으로 ‘누가’ ‘무엇으로’ 죽였는지 추리합니다.
· 해당 흉기와 캐릭터를 내가 있는 방으로 옮겨 표시합니다.
· 다음 순서 플레이어들은 차례대로 내 추리의 오류를 증명해야 합니다.
· 만일 그들이 가진 카드 중, 내 추리에 해당하는 카드가 있다면 나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추리의 오류를 알려줍니다.
· 여러 장이 있다면 한 장만 보여주면 됩니다.
· 만일 다음 사람이 증명할 카드가 없다면, 그다음 사람으로 넘어가 내 추리의 오류를 증명합니다.
· 아무도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차례를 끝내거나 즉시 ‘고발’할 수 있습니다.

 

C) 고발한다.
· 비밀 사건 봉투에 있는 세 장의 카드가 뭔지 알아냈다면, 본인 차례에 고발 가능합니다.
· 어디서, 누가, 무엇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발한 뒤, 봉투를 열어 확인합니다.
· 맞추면 즉시 승리하며, 게임이 종료됩니다.
· 틀리면 게임에서 빠지게 되지만, 누군가 추리를 한다면 빠진 사람도 상대방의 추리 오류를 증명해야 합니다.

 

세부 규칙이 조금 늘어났죠? 그래서 초심자는 게임을 시작하면 일단 어떻게 플레이할지 난감해합니다. 게임 숙련자분들은 다빈치 코드 후 클루로 바로 건너뛰어도 되고, 셜록 13을 하신 후엔 대부분 잘 이해하시는 반면 바로 클루부터 시작한 분들은 70% 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는 직접 체감한 통계로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꼭 기억할 원칙이 있습니다. 내 차례에 추리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단 한 장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만 헷갈리지 않는다면 큰 실수 없이 게임을 하실 수 있어요.

 

 


세계적인 명작 보드게임 ‘클루(Clue)’, 초판본 버전입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게임의 볼륨이 커졌습니다. 여섯 명까지 할 수 있으나 추천하지는 않고, 가장 적합한 인원은 3~5명인 것 같아요. 인원은 늘고 규칙은 더 촘촘해졌으므로, 단번에 봉투 속 카드 3장을 정확히 맞추기보다는 넓은 범위를 단번에 축소할 수 있도록 상대에게 잘 질문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거법 기반 정통 추론 게임인 클루를 타이트하고 박진감 넘치게 즐기려면 대부분 간과하는 잔룰 몇 가지를 잘 지키셔야 합니다.

 

A) 내 캐릭터가 위치한 칸을 다른 사람이 지나갈 수 없다는 룰을 이용해 문 앞에 딱 맞춰 멈추면, 안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가 다시 빼기 전까지는 출입이 불가합니다. (물론 본인 차례의 이동을 건너뛸 수는 없고, 이동 시 방금 지나왔던 칸을 다시 지나갈 순 없으니 다음 턴엔 비켜야 하지만요)

 

B) 플레이어 수에 따라 더 남는 카드가 있는데, 이는 나눠준 순서대로 추가 분배한 후 카드가 많은 플레이어부터 시작합니다. 순서가 뒤일 경우 앞의 플레이를 보고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카드 장수에 따른 페널티가 적은 편입니다. 만일 이것이 불공평하다면 다음 판은 카드를 적게 받은 분부터 더 분배하시면 됩니다.

 

C) 내가 추리할 때 다른 캐릭터를 실제 방으로 옮긴다는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로 상대의 동선을 꼬거나, 반대로 내 동선이 꼬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강제로 옮겨진 캐릭터의 플레이어는 차례 시작 시 이동을 생략하고 해당 장소에서 바로 추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클루는 셜록 13과는 달리, 내가 상대 차례에 뚜렷한 힌트를 얻지 못합니다. 뭘 물어봤고, 어떤 사람이 보여주느냐 정도만 아니 확실히 믿을 건 내 손 안의 카드뿐입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내 카드를 추리에 교묘하게 끼워 원하는 종류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티 내지 않으려면 표정 연기도 잘하셔야겠죠. 상대를 잘 파악하여, 상대가 추리할 때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를 읽어내셔야 합니다.

 

클루를 정말 재밌게 즐기려면 이러한 이해도를 천천히 가져야 해 초보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 공간에서 가장 난감할 때는 여러 명 중 1명만 클루를 해보셨는데 정말 재밌고 엄청 쉽다며 친구들에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죠. 한 명이 클루에 확 꽂혀서 오셨기 때문에 다빈치 코드나 셜록 13처럼 정통 추론 게임을 쉽게 배우도록 도와주는 게임을 좀체 안 하려 하거든요. 만약 친구분들이 다빈치 코드도 안 해본 초심자거나 5인 그룹일 땐, 셜록 13으로 미리 배우고 갈 수도 없고요. 해본 분들은 이게 뭐가 배우기 어렵냐고 하시는데, 클루의 매력을 전부 알려드리고 싶은 저는 내심 아쉽기만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클루를 훨씬 재밌게 플레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04_비주얼

제 공간에는 신형 클루도 있지만, 사진작가님이 찍어주신다기에 얼른 옛날 버전 클루를 들고나왔습니다. 향수가 샘솟는군요. 첫인상이 강렬해서 그런지 그림체도 지금의 실사판보다 더 마음에 들고 모형까지 완벽합니다. 본판 이외에도 해리포터, 심슨 버전 클루도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이라는 컨셉 덕분에 손님들 반응이 좋거든요.

 


소거법 기반 정통 추론 게임을 제대로 즐기시려면 상세 룰도 잘 지켜야 합니다.

 

 

3. 덤불 속에서 (In a Groove)

 

01_게임 소개

셜록 13과 클루 두 게임이 소거법 기반의 정통 추론 게임이라면, ‘덤불 속에서(In a Groove)’는 약간 변형된 심리전을 가미한 게임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론게임이기도 합니다. (일본어 게임 이름은 야부노나카! 그냥 ‘덤불 속’이라고도 불립니다.) 4인 플레이 기준으로 8장의 정보 중 4장이나 알고 시작하는 게임 특성상 추론이 빡빡할 수 있지만, 심리전과 블러핑이 상당하게 작용해 특유의 쫄깃함이 넘칩니다. 그래서 나름 심도가 깊다고 느끼는 것에 비해 게임 박스 크기도 작고 구성물도 간단해요. 적은 구성물로 최대의 심도를 내는, 제가 지향하는 상위 미니멀리즘 게임이죠.

 

02_덤불 속에서 플레이 규칙 설명

먼저 플레이어별로 본인 색깔에 맞는 다섯 개의 칩을 가져갑니다. (공식 명칭은 ‘혐의 칩’이나 단어가 안 예쁘니 본문엔 그냥 ‘칩’이라 칭합니다) 칩은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용의자 타일은 숫자 2부터 8,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용의자까지 총 8개인데요. 4인 기준으로 타일 전부를 사용하고, 이를 잘 섞어 한 개씩 나누어 가진 후 각자 확인합니다. 그다음 시계 방향으로 바로 옆 사람에게 해당 타일을 넘기고, 받은 타일을 또 확인합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는 총 2개의 타일을 보고 게임을 시작하며, 중앙에는 확인하지 않은 4개의 타일을 뒷면으로 늘어놓은 후, 한 타일을 가로로 돌립니다. 이 타일은 게임에서 제외되는 정보로 다른 3개 타일 중 숫자가 가장 높은 타일이 바로 범인입니다. 단, 남은 세 명의 용의 선상에 만일 빨간색 숫자 5가 있으면 가장 낮은 타일이 범인이 됩니다. (아무 숫자도 없는 하얀 타일은 절대 범인이 될 수 없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차례로 해야 합니다.

 

A) 용의자를 확인한다.
· 선 플레이어는 본인의 차례가 되면, 용의자 세 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두 명의 숫자를 본인만 확인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습니다.
· 제외된 용의자를 표시하기 위해, 미확인 마커를 안 본 용의자 아래에 놓습니다.

 

B) 범인을 추리한다.

· 용의자 셋 중에 범인일 것 같은 타일 아래 본인의 칩을 놓습니다.
· 다음 플레이어는 조금 전 범인으로 추측한 용의자를 제외한 남은 두 명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 뒤, 셋 중 범인일 것 같은 아래 본인의 칩을 놓습니다.
· 만약 미리 놓인 칩이 있다면 그 위에 얹어 놓습니다. 추리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C) 정산한다.

·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이 작업을 반복하면, 모든 플레이어의 액션이 종료되고 정산 단계로 들어갑니다.
· 세 명의 용의자를 공개하고, 만약 맞췄다면 본인의 칩은 놓은 앞면 그대로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 반면 틀렸다면 칩이 뒷면으로 뒤집혀 벌점이 되며, 해당 용의자의 맨 위에 칩을 놓은(가장 마지막에 추측한) 사람이 독박을 쓰고 벌점을 전부 가져가게 됩니다. 만일 혼자 틀렸다면 자기 자신이 뒤집어 가져가면 됩니다.

 

이렇게 한 판이 끝나면 시계방향으로 선 플레이어를 넘기고 타일을 다시 섞어 계속 진행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앞면 칩이 하나도 없거나, 뒷면 칩이 5개 이상이라면 게임이 종료되고 해당 플레이어는 꼴찌가 됩니다. 뒷면 칩이 제일 적은 순서대로 1등, 2등, 3등이죠.

 


변형된 심리전을 가미한 보드게임 ‘덤불 속에서(In a Groove)’

 

 

03_게임 플레이 전략

찰나의 딜레마가 게임 전체를 지배합니다. 플레이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범인 타일을 찾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상대에게 뒷면 칩을 많이 넘기면 상대를 패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본인이 선 플레이어에 가까울 때, 일부러 틀린 답을 고른 뒤 상대가 따라 고르게 해야 하죠. 가끔 운이 좋아 내가 틀린 걸 골랐을 때, 상대도 낚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걸기에는 목숨이 다섯 개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건 성공적으로 내 칩을 상대에게 벌점으로 먹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럴수록 칩이 줄어들어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딜레마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더 깊게 보면 돌아오는 순서에 따라 실패에 대한 체감 리스크가 커지는 것만 같으니 전략이 달라집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받는 느낌이 선 플레이어일수록 공격자에 가깝고, 뒤일수록 방어자에 가깝더라고요. 이렇게 힘이 기울어 플레이어 순서대로 게임이 변화하는 모양새도 재밌습니다. 자기 꾀에 넘어간다거나 하는 심리전 요소가 되든요. 이렇게 세련되게 공수가 전환되는 게임을 많이 본 적이 없는데, ‘덤불 속에서’는 그 정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매력적인 줄타기는 그만큼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인원 구성을 보고 되면 바로 돌리는 인생 게임이 되었습니다.(사진도 많이 헤졌죠..?)

 

04_비주얼

덤불 속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용의자는 3명, 목격자는 우리라는 컨셉으로 접근합니다. 모두의 의견이 다르며 그중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죠. 게임 로직과 함께 세세하게 들어맞는 테마가 일품입니다. 그리고 ‘덤불 속’은 항상 비주얼로 제 취향을 저격하는 일본 회사인 오잉크 게임즈의 게임입니다. 일본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느껴지죠? 비주얼뿐만 아니라 위에 말씀드린 게임 로직에서도요. 단, 여기 게임은 내구성이 약한 데다 하도 많이 플레이해서 금방 낡는다는 것이 단점. 저는 그래서 용의자 타일을 바이시클(트럼프) 카드로 동일하게 넣어 플레이합니다. 용의자 타일이 헤져서 게임 중에 티가 난다면 더는 진행이 안 되니까요.

 


찰나의 딜레마가 게임 전체를 지배하니 순간적인 판단을 잘 해야 합니다.

 

 

 

Fine.

셜록 13부터 덤불 속에서, 클루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 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3~4인용 추론 보드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추론 게임들은 대개 감을 잡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지, 실제 규칙은 간단한 편입니다. 찬찬히 난이도를 올리면서 많은 추론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규칙은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브,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서너 명이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컨디션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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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iostudio
http://studiosio.co.kr/

 

[연재목차]

2019.01 소개 紹介
2019.02 두 명 : 추상전략
2019.03 두 명 : 심리전
2019.04 두 명 : 카드
2019.05 특별편 : 빅게임
2019.06 서너 명 : 배치
2019.07 서너 명 : 추론
2019.08 서너 명 : 카드
2019.09 여러 명 : 블러핑
2019.10 여러 명 : 협상
2019.11 여러 명 : 마피아
2019.12 소회 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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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게임즈 안민우

게임 기획자이자 독립 보드게임 출판사 ‘아거게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