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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ESSAY : 독립게임 에세이 – 공간을 채우는 예술, 게임 11

11. 여러 명 : 마피아

Writer 아거게임즈 안민우 대표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Photo 유화가랑&Studio Sio

 


 

 

 

안녕하세요, 아거게임즈 대표 안민우입니다. 어느덧 마지막 게임을 소개해드리는 시간이 됐네요. 벌써 11월이라니 기분이 묘합니다. 어떤 게임을 소개해드릴지 설렘 가득 고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이번 게임들에 대한 글을 구상하며 전기장판을 슬그머니 꺼냈습니다. 날이 한껏 추워진 만큼, 이럴 때일수록 사람이 모이는 순간 최대 출력을 뿜어내며 열이 마구 올라 후끈후끈한 게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징 : 마피아

끝판왕 장르가 나왔습니다. 단체로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장르, 바로 ‘마피아’입니다. 본래 마피아는 이탈리아계 범죄조직을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선량한 다수를 악독한 소수가 속이는 게임의 대명사죠. 러시아에서 1980년대에 만들어졌던 이 장르는 90년대 후반 타뷸라의 늑대라는 늑대인간 테마로 컨버젼하여 흥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늑대인간보다 마피아 게임으로 쫙 퍼졌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엠티를 가면 누구나 해보는, 손가락으로 마피아와 여러 직업을 콕 찍어 지명하고 목청을 높여 부르짖는 이 게임은, 그 질리지 않는 몰입감과 배신감, 통쾌함, 남을 속인다는 쫄깃함 덕분에 장르 자체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크게 보면 10월에 소개한 협잡 장르에 속하지만 마피아만의 독특한 특색 때문에 굳이 세분화해서 장르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거든요.

 

단적인 예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피아 게임을 떠올려보면 보난자, 아임더보스, 차이나타운과는 결이 꽤 다르죠? 협잡 장르에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 블러핑을 한다면, 마피아 장르는 거기서 아예 팀까지 나눠버리고 이익이 아닌 생존을 목표하니까요. 그렇게 손과 입만으로도 할 수 있었던 마피아 장르는 보드게임에서 다양한 구성물을 활용하게 되며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카드나 타일을 섞어 직업을 정하면 되니 진행자도 필요 없어졌죠. 게다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소수 팀이 서로 정체를 모르고 시작하는 게임도 있으며, 직업 구성과 게임 방식 변주에 따라 플레이 양상이 가장 크게 바뀝니다.

 

최대 동시플레이어 10명, 결코 텐션 떨어질 리 없는 마피아 장르에 푹 빠져보시죠! 아, 블러핑-협잡-마피아까지, 여러 명이 즐기는 게임일수록 빡겜 대신 즐겜 아시죠?

 

 

1. 뱅! (Bang!)

 

01_게임 소개

오늘 소개할 마피아 게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아는 게임입니다. 의외로 남자분들이 군대에서 많이 해보셨더라고요. 마피아 장르를… 선임과 후임이 같이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는 않지만요. 독일 에센 박람회에서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인 디브이 기오치(dV giochi)와도 미팅을 했었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 회사 카탈로그를 받아보니 2인용 뱅, 뱅 확장판 등 뱅! 이란 게임 하나로 수많은 라인업을 파생시켰더라고요. 예전에 다빈치 게임즈라는 회사명으로 타뷸라의 늑대도 출판했던 것으로 아는데, 뱅! 의 라인업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을 우려도 팔릴 정도로 뱅! 이 유명하고 잘 만든 게임이라는 반증이죠. 보드게임 씬에서 이탈리아 회사를 좀체 못 봤는데 이 회사는 뱅! 을 탄생시킨 곳으로 유명합니다. 마피아류 게임의 거성을 탄생시킨 곳이 이탈리아라니 역시 묘하네요.

 

 

02_규칙 설명

항상 게임 설명 순서는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마피아 게임은 역순입니다. 왜냐하면 게임 규칙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자유도가 낮아 게임의 재미가 일정 수치 이상 보장되고, 산으로 가는 일이 적다는 뜻입니다. 설명할 것이 많더라도 일단 설명을 마치면 초심자도 곧잘 플레이하죠.

 

마피아 장르는 서로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을 선보이는 입장에서는 높은 자유도가 곧 난이도의 수직 상승과 같습니다. 진행이 까다롭고요. 따라서 첫 게임인 뱅! 은 게임 설명할 양은 가장 많지만 난도는 제일 낮습니다. 한 번 시작해볼까요?

 

우선 핵심 시스템 몇 가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착한 팀, 나쁜 팀, 이상한 팀’으로 나뉜 직업 구성과 각 승리 조건을 보시죠.

 

▪ 착한 팀(보안관, 부관) : 나쁜 팀과 이상한 팀을 다 죽여야 이김

▪ 나쁜 팀(무법자) : 보안관만 죽으면 이김

▪ 이상한 팀(배신자) : 전부 죽이는데, 보안관을 가장 마지막에 죽여야 이김

 

좀 특별하죠? 찬찬히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착한 팀은 보안관과 부관 직업이 해당하며, 보안관은 무법자의 Only one 타깃이기 때문에 게임 시작 직후 본인의 직업 카드를 앞면으로 뒤집어 신분을 노출해야 합니다. 부관은 그런 보안관을 지키며 다른 팀을 모두 찾아내 제거해야 하고요. 나쁜 팀은 무법자 직업을 가진 모든 플레이어인데, 무조건 보안관을 공격해 체력을 전부 깎아 죽이면 그 즉시 나쁜 팀만 승리합니다.

 

이상한 팀인 배신자는 혼자밖에 없지만, 가장 독특한 녀석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배신자라는 존재가 바로 지금의 뱅! 을 있게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신자는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보안관을 죽여야 합니다. 철저한 부관 행세로 무법자를 모조리 없애고 보안관의 총애를 받아, 진짜 부관들도 제거하고 나면 보안관과 1:1로 남게 되므로 그때 보안관을 죽여야지만 이길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플레이어가 살아있는데 보안관을 죽이면 그 즉시 무법자가 속한 나쁜 팀이 이깁니다. 언뜻 보면 가장 이기기 힘든 직업이지만 부관에 제대로 빙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무엇보다 배신자가 있어야 뱅! 의 게임성이 완성되거든요.

 

여기서 더 웃긴 점은 게임 시작 후 직업 카드를 받으면 보안관만 공개되고, 어느 누구도 누가 누군지, 무슨 팀인지 모르며 공유조차 안 된다는 겁니다. 7인 플레이 시 보안관과 배신자는 각 1명이지만 부관은 2명, 무법자는 3명이나 되는데 서로 몰라요. 이게 재미 포인트죠.

 

게임 시작 후 위처럼 직업을 인원수에 맞게 세팅해 분배하면, 각각 특별한 능력을 갖춘 캐릭터 카드도 2장씩 받아 그중 1장을 고릅니다. 선택한 캐릭터 카드는 앞면을, 남은 1장은 뒷면을 포개 해당 카드 뒷면에 그려진 총알 개수로 체력을 표시합니다. 저번 호에 설명한 보난자처럼 카드의 뒷면을 활용하는 거죠! 물론 플레이어 시트 위에 총알 토큰을 올려 표시하셔도 됩니다.

 

당연히 누구라도 총에 많이 맞아 이 체력이 전부 소진되면 죽습니다. 캐릭터 능력에 따라 체력도 밸런싱되어 있는데, 능력이 강할수록 목숨이 적고, 능력이 약할수록 체력이 많죠. 보안관은 위험하니 기본적으로 체력을 하나 더 받습니다! 그리고 80여 장의 액션 카드를 잘 섞어 각자의 체력만큼 나누어주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뱅! 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 바로 카드 종류가 많다는 점인데, 아래와 같은 요약 카드를 바탕으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본 호에서는 모든 캐릭터와 카드를 설명하는 지엽적인 건 내려놓고, 핵심 카드와 함께 뱅! 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마저 알려드릴게요. 우선 게임 이름과 똑같은, 가장 중요한 뱅 카드를 볼까요? 뱅 카드는 말 그대로 총을 쏴 상대 체력을 1 깎을 수 있습니다. 단, 아무리 뱅 카드가 손에 많아도 내 차례엔 1장 밖에 못 씁니다.

 

이건 중요한 시스템과 연계되는데, 바로 ‘사정거리’입니다. 뱅은 내 기준 0, 양옆은 1, 그 건너 양옆 사람은 2…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와 얼마나 멀어졌는가를 기준으로 한 사정거리가 존재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사정거리 1짜리 총을 플레이어 시트에 장착하므로, 양옆 사람에게만 뱅 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맞은 사람은 본인 차례가 아니더라도 빗나감 카드를 내면 데미지를 피하고요. 말 그대로 빗나간 거예요. 직관적이죠? 더 직관적인 카드도 있습니다. 맥주 카드를 내면 체력이 한 칸 채워지거든요. 왜인지 알 것 같은 이유는… 뭘까요.

 

아, 테두리가 파란 카드는 장비 카드로 스스로 버리거나, 누가 버리게 하는 등의 특이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 후에도 계속 남아 효과를 부여합니다. 이를 통해 사정거리가 긴 총, 뱅을 여러 번 쏠 수 있는 총, 일정 확률로 빗나가게 해주는 술통 등 여러 장비 카드를 더해 본인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죠. 술통이라는 장비 카드는 또 다른 시스템과 연계되는데, 뱅! 에서는 러시안룰렛처럼 카드 펼치기라고 해서 운을 시험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특정 카드나 캐릭터 효과를 발동하기 전, 덱의 맨 위 카드를 뒤집어 그 트럼프 문양과 숫자에 따라 능력을 발동할지 말지 정하거든요. 술통 같은 경우, 총에 맞았을 때 카드 펼치기를 하여 하트 문양이 나오면 공격을 빗나가게 만듭니다. 게임 중 상대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때 술통 같은 걸 장착하면 은근히 성가시죠.

 

자, 이제 시스템 이해가 되었다면 게임은 쉬워집니다. 보안관부터 차례를 진행하고, 본인 차례가 되면 먼저 2장의 카드를 뽑은 뒤 원하는 만큼(뱅 카드는 1장만!) 카드를 사용하고 턴을 마칩니다. 이때 내 체력보다 손에 있는 카드가 많다면 초과한 만큼 버려야 하므로 웬만하면 쓸 때 쓰는 게 좋죠. 그러다 어느 플레이어라도 체력이 방전되면 그 사람은 게임에서 제외되고 직업을 공개합니다. 게임이 더 가속화되겠죠? 그러다 각 팀에 맞는 승리 조건을 누구라도 달성하면 해당 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황량한 대지와 총, 투박한 그림체로 서부극 분위기가 물씬 나는 마피아 장르 게임, ‘뱅!(Bang!)’

 

 

03_게임 플레이 전략

체력이 곧 손 패의 양이고 전투력이라 체력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 혹시나 확 눈에 띄어서 집중포화를 맞아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해도, 독특하게 차례 때 카드를 먼저 뽑고 시작하기 때문에 게임이 너무 말려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좀 맞더라도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안 되도록 조심하세요. 혼자 너무 빨리 죽으면 흔한 마피아 게임처럼 할 게 딱히 없습니다. 그래서 무법자는 눈치를 살살 보다가 누가 무법자인 걸 밝히며 보안관을 공격하면, 화력을 집중해 끝내버려야 합니다. 애매하게 충성하는 무법자가 여론몰이의 희생양을 피하려 다른 무법자를 공격할 수도 있거든요.

 

만약에 배신자가 걸렸다면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철저히 나는 부관이라고 되놰야 합니다. 그래야 끝까지 보안관을 지키며 진짜 부관까지 보내버린 뒤 배신해, 보안관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관을 떠나보내는 보안관의 표정과 심경이 킬링 포인트죠. 왜냐면 뱅! 은 어쩔 수 없이 보안관의 초반 권력이 세서 갑질을 하거든요. 그래서 꼭 보안관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어야 배신자의 통쾌한 한 방이 완성됩니다.

 

이 조화 때문에 뱅! 을 가장 재밌게 즐기는 인원수는 배신자가 포함되기 시작하는 5인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모든 직업을 전부 사용하는 7인 플레이를 베스트라고 하죠. 다만, 이러한 직업과 팀 구성, 많은 카드 종류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 공간은 카드 대신 주사위가 들어가고, 배신자를 1명 더 넣어 총 8명까지 플레이하는 뱅! 주사위 버전을 애용합니다. 뱅! 주사위 버전을 처음에 가볍게 한 번 배운 뒤, 잘 맞고 재밌다면 카드 버전의 오리지널 뱅! 을 배우도록 인도하는 거죠.

 

수많은 버전과 확장판이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묘미입니다.

 

04_비주얼

서·부·극. 모든 것은 황량한 대지와 총, 투박한 그림체에서 시작해 극한의 권모술수로 끝납니다. 수많은 카드도 한판만 하고 나면 눈에 들어올 정도로 테마를 잘 입혔죠. 수많은 버전과 확장판을 찾아보는 것도 묘미입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장비 카드를 장착할 수 있고, 캐릭터마다 특성도 존재해 단순할 수 있는 마피아 장르의 볼륨을 두텁게 만들었어요. 각 카드 하나하나를 볼 때면 요새 나오는 게임에 비해 투박한 감은 있지만, 모아놓고 보면 서부극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제 공간에서는 원하는 그림의 플레이어 시트를 갖고 플레이하기 위해 경쟁하는 손님도 계시더라고요! (게임 시작부터 마피아를…)

 

 

 

2. 레지스탕스 아발론 (Resistance:Avalon)

 

01_게임 소개

제 개인적으로는 레지스탕스 아발론이 마피아 장르의 완전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요소를 다 갖췄어요. 2009년 출시된 초창기 버전, ‘레지스탕스’라는 게임을 자주 가던 보드게임 모임에서 처음 해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뒤 2012년에 특별한 직업이 추가되고 중세풍으로 테마가 바뀌어 ‘레지스탕스 아발론’(이하 아발론)이란 이름으로 새로 나왔죠. 구버전의 핵심 시스템만으로도 좋았는데, 거기에 직업이 더해졌다기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다. 결과는 충격과 공포였죠. 너무 재밌어서요.

 

 

02_규칙 설명

아발론은 정통 마피아 장르의 규칙을 따릅니다. 악마가 주축이 된 마피아팀 대 아서왕의 고귀한 신하들이 주축이 된 시민팀의 대립 구도죠. 단, 여기서 직업이 상당히 독특하게 엮이는데 이를 먼저 이해하고 본 게임으로 들어갈게요. 직업 카드를 받았을 때 푸른색 배경에 아서왕 인장이 찍혀있으면 인간팀, 배경이 붉고 모드레드(악마의 왕) 인장이 찍혀있으면 악마팀입니다. 직업 없이 그냥 팀만 정해질 수도 있지만, 카드 하단에 이름이 있다면 특별한 능력을 갖춘 직업 카드를 받은 겁니다.

 

본 호에서는 확장판을 제외한 기본판 기준으로 특별한 직업을 소개하겠습니다.

 

 

<인간팀></인간팀>


▪ 멀린 :
모드레드를 제외하고 모든 악마의 정체를 알고 시작합니다.

▪ 퍼시벌 : 마법사들의 정체를 알고 시작합니다.

 

<악마팀></악마팀>

▪ 모드레드 : 악마의 왕입니다. 멀린이 감지할 수 없는 악마입니다.

▪ 모르가나 : 악마팀 마법사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보다 퍼시발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멀린인 척해야 합니다.

▪ 어쌔신 : 게임이 끝나고 인간팀이 이긴다면, 모든 악마는 정체를 공개하고 어떤 플레이어가 멀린이었을지 토의합니다. 어쌔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만일 그 플레이어가 멀린이 맞았다면 즉시 승패는 뒤바뀌어 악마팀이 승리합니다. 멀린이 아니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오베론 : 악마 사이의 악동, 악마끼리도 서로 알지 못하고 시작하는 유일한 악마입니다. 멀린에게는 정체가 드러납니다.

 

 

직업 간의 연계를 이해하면 게임은 순조롭지만, 단번에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왜냐면 이 능력들은 마피아 게임처럼 게임 시작 전, 시간 순으로 발동되기 때문이죠. 그럼 한번, 마피아 진행하듯이 그 순서대로 추가 설명을 해드릴게요.

 

최대 인원인 10명이 모든 능력을 다 넣고 플레이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먼저 모든 사람이 본인의 직업 카드를 받고 눈을 감으면 악마들끼리 서로 확인합니다. 단, 이때 오베론은 눈을 뜨지 않습니다. 다른 악마도 오베론이 누군지 모르고 오베론도 다른 악마들이 누군지 모릅니다. 뱅! 과 다른 점이자, 우리에게 친숙한 점이죠. 그래서 진행이 다 끝나고 눈을 슬며시 뜨면 어찌나 눈들이 빠르게 휙휙 돌아가는지, 폭풍전야 그 자체입니다. 몸 제대로 풀고 시작하셔요!

 

초창기 버전의 ‘레지스탕스’에서 특별한 직업들이 추가되고 중세풍으로 테마가 바뀐 게임, ‘레지스탕스 아발론(Resistance : Avalon)’

 

악마들이 눈을 감으면, 모드레드를 제외한 모든 악마는 조심히 엄지만 들어 멀린에게 본인이 악마팀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오베론도 포함이에요! 그럼 이제 멀린이 눈을 뜨고 엄지를 든 악마들을 파악합니다. 누가 어떤 직업의 악마인지는 몰라도, 모드레드를 제외한 모든 악마를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 멀린도 눈을 감은 채 엄지를 들고, 모르가나를 제외한 악마들은 아까 들고 있던 엄지를 내립니다. 그러면 퍼시벌이 멀린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눈을 뜹니다. 다만 악마팀 마법사인 모르가나는 계속 엄지를 들고 있으므로, 퍼시벌은 마법사 2명이 누군지만 확인 가능합니다. 이 중 한 명은 지켜야 하는 멀린이고, 한 명은 악마인 모르가나겠죠. 이 과정이 끝나면, 모두 엄지를 내리고 눈을 떠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은 총 다섯 라운드로 구성되며, 각 라운드는 ‘원정대 구성’과 ‘임무’라는 2개의 페이즈로 나뉩니다. 제일 연장자부터 리더가 되어 임무를 떠날 사람들을 뽑는데, 플레이 인원에 따라 라운드별로 임무를 갈 수 있는 사람 수도 다르니 유의하세요!

 

원정대 구성은 그 뒤에 임무를 떠날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며, 리더가 고른 사람들이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것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냅니다. 각자의 토큰을 손에 감추어 찬반을 정하고 일시에 공개하는데, 과반수가 찬성해야 그 멤버들로 원정대가 구성되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찬반이 동률이거나 과반이 반대하면 지금의 원정대 계획은 무산되고, 시계 방향으로 다음 사람에게 리더 직책이 넘어가 새로운 원정대를 꾸려야 하죠. 단, 한 라운드에서 원정대 구성이 다섯 번 이상 실패해 계속 리더가 바뀌면, 그대로 악마팀이 이기니 주의하세요!

 

원정대가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 임무를 떠나면 이제 원정대 소속 인원만 ‘임무 성공’과 ‘임무 실패’ 카드를 받습니다. 원정대 멤버들은 그 중 원하는 걸 하나 골라 앞면이 안 보이게 리더한테 전달합니다. 리더는 누가 냈는지 모르게 받은 카드를 전부 섞고, 고르지 않아 남겨진 카드도 한데 모아 섞습니다. 그다음 본인이 받은 카드들을 공개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 한장이라도 실패가 나오면, 해당 임무는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원이 전부 성공 카드를 내야만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으며, 이 결과에 따라 게임 맵에 라운드 결과를 표시하고 다음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이때 가장 주의할 사항은 원정대 찬반 투표 때는 모두 자유로이 찬반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임무를 떠나는 멤버 중 인간팀은 무조건 ‘성공’만 내야 합니다. 절대 떠보기 위해 ‘실패’를 낼 수 없어요. 단, 악마팀은 성공과 실패 중 원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낼 수 있죠.

 

그래서 총 다섯 라운드 중 세 라운드를 먼저 ‘성공’하면 인간팀이, ‘실패’ 하면 악마팀이 이기게 됩니다. 잊지 마세요! 인간팀이 이기면 악마팀은 전부 공개되고 어쌔신이 멀린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도록 잘 지켜주셔야 합니다!

 


게임의 테마가 우리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아서왕 전설을 따르므로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아도, 한판 정신없이 하다보면 금세 푹 빠지실 겁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어떠세요? 일단 뱅! 보다 설명도 줄었고 팀도 2개로 압축됐지만, 직업 간의 연계는 더욱 입체적으로 변했습니다. 아무래도 직업과 임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주저 없이 거짓말하거나 상대 팀의 떠보기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저희 공간을 찾으시는 초심자분께 이 게임을 설명할 때 일단 직업의 특수 능력을 빼고, 본래 레지스탕스 한 판을 돌려본 뒤에 직업을 설명해 드립니다. 물론 그러려면 설명 시간이 두 번으로 나누어져 길어지지만, 이래야 실패 확률이 가장 낮으면서도 반응이 제일 좋고, 한 번을 즐기더라도 모두가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해봐야 게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저희는 보드게임 전문 공간이니 오래 공들여 설명하기가 다소 부담되긴 해도, 그 외의 숙박 공간 등에서는 이 게임을 두시고 단체 고객께 가끔 알려주시면 좋은 어필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 너무 재밌어 보여서 손님들과 같이 플레이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기본적으로는, 일단 원정대 선정 투표 결과를 잘 봐야 합니다. 누가 어떤 멤버 구성에 찬성하고 반대했는지요. 상황에 따라 오갔던 말이나 반대 개수로 이번 임무의 승패를 미리 어느 정도 알 수도 있습니다. 왜냐, 멤버가 모두 시민이라면 대부분 악마팀은 무조건 반대를 낼 테니까요. 그리고 네 번째 라운드에서는 특별히 임무 실패 카드가 두 장 나와야 임무에 실패하기 때문에, 악마팀이 이기기 힘듭니다. 이를 잘 활용하셔도 좋아요. 1~3라운드를 내리 악마 팀에게 내준 게 아니라면 4라운드에서 2:2 원점을 찾고 5라운드에서 진검승부를 하게 되거든요. 정말 촘촘히 설계된 게임이죠?

 

결국, 이 ‘임무’라는 시스템이 아발론의 심장입니다. 보통의 마피아 게임은 사람을 죽여가며 알아야 하지만, 아발론의 임무는 그 필연성을 게임 로직으로 해결한 아주 좋은 예입니다. 처음에 의심이 가더라도 끝까지 아예 그 사람을 저버리고 생각할 수 없죠. 만에 하나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악마들을 솎아내려면 반드시 착한 사람을 많이 찾아야 해 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고, 이와 함께 독특한 직업 구성이 맞물려 게임이 군더더기 없이 타이트해집니다.

 

뱅! 과 달리 직업 능력 발현에 따라 진짜 마피아 게임처럼 전반의 진행 시간이 추가됐기 때문에, 옷이 스치는 소리 등 들킬만한 요소가 없도록 책상을 가볍게 두드려 소리가 들리지 않게 만들면 좋습니다. 악마팀도 들키지 않아야겠지만, 게임이 끝난 뒤 어쌔신에게 대마법사가 죽으면 세계가 위험해지므로 멀린이 들키면 오히려 패배한다는 설정 때문에 멀린도 항상 조심해야 하거든요. 누군지 모르는 퍼시벌과 호흡을 맞추어야 해 전황도 잘 살펴야 하고요. 이 때문에, 아무 능력 없는 팀원들도 팀을 잘 받쳐줘야 멀린이 정보를 흘리기 쉽죠. 조금만 익숙해지면 퍼시벌인 것 같은 사람은 모르가나에게 낚이고, 어쌔신은 눈에 불을 켜고 멀린만 찾습니다. 살벌하죠? 이럴 때일수록 퍼시벌이라는 어감에 주의하세요. 가장 고통받는 직업 이름이라 그런지 참 잘 어울리네요.

 

인원에 따라 직업 구성과 팀 배분이 다르므로 공식 규칙서를 참조해주시고, 게임에 익숙해지신다면 원하는 조합으로 커스텀하셔도 됩니다. 오베론의 경우 변칙성이 심한 진짜 악동같은 캐릭터라 들어가면 악마팀이 오히려 불리해지고, 모드레드는 멀린을 피할 수 있으므로 들어가면 악마팀이 강해지겠죠. 아무 능력이 없는 기본 악마도 있으니 이런 방식으로 밸런싱을 맞춰보면 됩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악마팀 간의 트롤링인데, 위처럼 오베론을 넣으면 꽤 종종 생깁니다. 한 라운드에 악마가 둘 이상 같이 들어간 경우죠. 4라운드를 제외하고는 둘 다 임무 실패 카드를 낼 필요가 없는데, 자칫 신호가 꼬여서 둘 다 실패를 냈다간 임무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풀려서 불리해지므로 눈치 보게 되거든요.

 

 

IMG_0316

 

 

04_비주얼

뱅! 에 비해서는 확실히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중세풍의 판타지를 잘 살렸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카드에 테두리를 주지 않고 일러스트로 꽉 채웠다는 것입니다. 이러면 그림이 그대로 크게 나타나 훨씬 예쁘고 몰입감도 좋죠. 다만 테두리가 없으면 카드 가장자리가 헤져 금방 티가 나요. 마피아 특성상 카드가 티 나면 안 되니까 프로텍터 씌우기를 추천합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 테마가 우리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아서왕 전설을 따르므로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아도, 한판 정신없이 하다 보면 금세 푹 빠지실 겁니다.

 

 

 

3. 디셉션 (Deception)

 

01_게임 소개

마지막 게임 디셉션은 제가 해보고 바로 산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이만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만들면서도 테마에 푹 빠지게 할 게임은 없다고 판단했어요. 규칙 설명이 가장 쉽기도 하고요. 다만, 플레이 난도가 높죠. 뱅! 에서 설명했듯이 자유도가 높아서 재미라는 키를 쉽게 잃어버릴 수도, 표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전부 초심자라면 ‘재미있게’ 진행하기 힘들어요. 최소한 한 명은 이 게임을 해봤어야 그 플레이어가 첫판을 리드하고 문제를 해결해 모두 인볼브됩니다. 그래서 저희 공간에서도 숙련도가 높고 플레이어 사이의 대화 흐름을 잘 이해하는 설명자가 리드할 수 있도록 팀을 편성하죠.

 

02_규칙 설명

디셉션의 부제는 ‘홍콩 살인사건’, 플레이어는 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이 됩니다. 추리 게임에 어울리는 컨셉이지만 그중 살인자가 숨어있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게임은 마피아 장르로 변모합니다. 미국드라마 덱스터가 생각나는군요. 따라서 위 아발론과 마찬가지로 팀은 마피아 vs 시민, 나쁜 팀 대 착한 팀 구성입니다.

 

6명 이상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가정해 법의학자와 살인자, 일반 수사관, 공범자, 목격자라는 다섯 개의 모든 직업을 다 넣어 설명하겠습니다. 이번 글의 흐름에 따라 조금 전의 아발론을 이해하셨다면, 디셉션은 직업 구성이 한눈에 들어오실 겁니다. 디셉션도 게임 시작 전 능력 발동을 위해 일정한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우선 인원수에 맞게 구성한 직업 카드를 잘 섞어 나눠준 뒤, 법의학자라는 직업을 뽑은 사람은 뱅! 의 보안관처럼 본인의 직업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이번 판의 공식적인 사회자가 되죠. 그다음 법의학자를 뺀 모든 플레이어는 푸른 배경의 ‘살해 도구’(이하 도구) 카드와 붉은 배경의 ‘결정적인 단서’(이하 단서) 카드를 각 네 장씩 받아 다른 사람이 잘 볼 수 있도록 본인 앞에 정렬해 둡니다. 그 후 시간을 두고 쭉 다른 사람들의 도구와 단서 카드들을 둘러본 뒤, 법의학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는 눈을 감습니다.

 

법의학자는 우선 살인자와 공범자가 눈을 뜨게 합니다. 이 둘은 같은 편이며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살인자의 도구와 단서 카드 조합을 수사관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살인자는 본인 앞에 놓인 도구와 단서 카드 중 각각 1개씩을 손가락으로 찍어, 법의학자와 공범자에게 이번 게임의 답을 알려줍니다. 서로 다 공유했다면 살인자와 공범자는 눈을 감습니다. 이렇게 법의학자는 게임의 답을 알고 게임을 리드해야 하는 만큼, 게임 정보와 관계된 것은 말하거나 표정에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까먹어도 안 됩니다!

 

이제 법의학자는 목격자를 눈뜨게 합니다. 법의학자가 직접 살인자와 공범자가 누구인지 손가락으로 찍어 알려줍니다. 단, 이때 목격자에게 누가 살인자고 공범자인지 구분 불가능하게 알려주고, 살인자가 어떤 도구와 단서를 골랐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나쁜 사람 두 명을 알려주는 거죠. 목격자가 잘 이해했다면 눈을 감게 하고 곧 모든 플레이어를 깨워 게임을 시작하면 됩니다.

 

플레이어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이 되는 마피아 장르 게임, ‘디셉션(Deception)’

 

 

게임은 총 3라운드이며, 첫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타일을 미리 배치합니다. 사인 타일 1개, 범죄 장소 타일 중 선택한 1개, 잘 섞은 현장 타일 중 무작위로 뽑은 4개까지 총 6개의 타일을 늘어놓습니다. 각 타일에는 6가지 항목이 표기됐는데, 법의학자는 이것만을 활용하여 수사관들이 살인자의 도구와 단서 카드를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말이나 행동, 표정에서 드러낼 순 없지만, 연상퀴즈처럼 해당 항목을 통해 정답을 유추하도록 하는 거죠. 이를 표시하기 위해 6개의 총알 마커를 각 타일의 원하는 항목에 올려놓습니다. 이거 완전히 말할 수 없는 비밀이군요.

 

모든 배치가 끝나면 모든 플레이어가 이에 대해 균등하게 토론하고 각자 의견을 피력합니다. 룰 북에는 30초 정도로 나오는데 유동적으로 의견을 하나하나 들으며 수사망을 좁혀가보세요. 이때, 한 플레이어가 이야기하는 도중 끊는 행위는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모든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듣고 두 번째 라운드로 넘어가면 됩니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현장 타일 중 다시 한 장을 뽑아 기존의 현장 타일 1개와 교체하고, 새로 바꾼 타일의 항목을 정해 추가 힌트를 줍니다. 그리고 또 각자 의견을 쭉 청취하죠.

 

두 번째 라운드와 동일하게 세 번째 라운드도 진행하면 됩니다. 전체 진행을 하면서 플레이어는 게임 중 자유롭게 추리하거나 논의할 수 있습니다. 단, 법의학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는 수사관 배지처럼 생긴 토큰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이걸 사용하면 ‘사건 해결’을 시도할 수 있죠. 바로 정답을 맞혀 게임을 끝내는 것입니다. 그 기회는 각자 한 번씩 주어지며, 사건을 해결하겠다 선언한 뒤 특정 플레이어의 도구와 단서를 지목하면 됩니다. 그럼 법의학자는 정답인지 아닌지 ‘예, 아니요’로만 대답할 수 있는데, 하나가 맞고 하나가 틀리더라도 ‘아니요’라고 답변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모든 플레이어가 배지 토큰을 썼는데 정답을 못 맞혔다면 살인자와 공범자의 승리, 만약 누군가 정답을 정확하게 맞히면 법의학자와 수사관, 목격자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단, 후자의 경우에도 멀린과 어쌔신처럼 살인자와 공범자에게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살인자와 공범자는 정체를 공개하고 토의를 통해 목격자로 의심 가는 사람을 지목합니다. 그 사람이 목격자라면 재역전에 성공하지만, 아니라면 그대로 지게 되죠.

 

03_게임 플레이 전략

자유도가 정말 높지 않습니까? 라운드 넘어가는 것도, 라운드 내의 진행도 전부 법의학자를 필두로 여론의 분위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설명에 비해 왜 이 게임이 어려운지 감이 오시죠. 그래서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 자꾸 진행이 늘어지면 훨씬 빠르게 흥미를 잃기 때문에, 초심자의 경우 튜토리얼처럼 본인 앞에 도구 3장, 단서 3장씩만 가지고 빠르게 한판 돌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다음 바로 5장씩 받고 하드하게 디셉션을 플레이하면 아마 몇 시간은 워프할 겁니다. 카드가 많을수록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몰입감이 대단해져서 게임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거든요.

 

이 게임도 아발론처럼 중간에 방출당하지 않고 계속 참가하며 공방을 거듭할 수 있으므로, 법의학자의 힌트를 듣고 정말 안전한 수사관들을 잘 걸러내셔야 합니다. 소거법으로 포위망을 좁혀야 하죠. 약간 엠티에서 눈 가리고 하는 좀비 게임처럼요! 살인자는 그 포위망 사이로 한방에 빠져나가야 하고요. 미적거리면 잡히니 의심의 화살을 돌리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러한 신경전을 재밌게 유지하려면 법의학자가 플레이어 텐션이 안 떨어지도록 잘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힌트를 줄 때 너무 독특한 발상은 버리셔야 해요. 그러면 혼란이 생기고 게임 전체가 꼬여 재미가 반감돼요. 여러모로 법의학자의 역량과 전체의 분위기를 많이 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마피아 게임이지만 게임 후반쯤 되면 대충 살인자가 누군지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살인자는 법의학자가 엮어내기 어렵게 도구와 단서의 조합을 해놔야지만 수사관들의 배지 토큰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죠. 단, 살인자가 도구와 단서를 고르고 나서 타일 항목 등이 깔린다는 점, 수사관들은 법의학자가 주는 힌트가 도구를 맞추라고 주는 건지, 단서를 맞추라고 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점, 이렇게 두 가지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춥니다.

 

그러다 보니 법의학자가 항목을 고를 때 망설이거나, 새로운 현장 카드로 교체해버린 항목 등 모든 것이 힌트가 될 수 있죠. 그리고 법의학자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탄식이 드러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요소입니다. 여론이 산으로 갈수록 고통받아요. 이에 더해 살인자와 공범자 또한 배지 토큰을 사용할 수 있잖아요. 그들이 실제 다른 사람을 지목해 사건 해결을 시도하며 진지한 혼란을 주기도 하고요.

 

즉, 디셉션은 플레이어의 카드들과 무작위로 매칭되는 타일 간의 연계도 중요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결국 운과 사람, 두 가지를 리드하며 재미를 주는 게임입니다. 저는 이런 몰입감 있는 게임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게임 한판이 끝나면 법의학자에게 본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라고 해요. 법의학자의 스타일과 게임 진행 양상에 따라 재밌는 드라마가 한편씩 써지는데 그게 또 재미 요소거든요. 여러분도 꼭 브리핑을 시켜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분위기 자체가 결국 운과 사람, 두 가지를 리드하며 재미를 주는 게임입니다.

 

 

04_비주얼

카드 하나하나마다 오브젝트가 현실적인 그림체로 그려져 있습니다. 게임 맵은 없지만, 카드를 많이 사용하므로 여러 명이 플레이할 때 쫙 늘어놓은 풍경만 봐도 꽤 위압감 있죠. 카드 이외에도 다양한 오브젝트들과 6개의 총알 마커가 인상적입니다.

 

게임 박스부터 플레이 방식까지 진행이 큼직큼직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플레이 샷이 예쁘게 나와서, 꼭 8명 이상의 많은 인원으로 한번 플레이해보는 걸 권해요. 카드에는 오브젝트마다 디테일이 꽤 살아 있어서, 다른 사람이 너무 말을 길게 할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는 맛도 있고 좋을 거 같네요.

 

 

Fine.

뱅!부터 레지스탕스 아발론, 디셉션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 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다인용 마피아 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여러 명이 노는데 마피아만큼 빵빵 터지고 몰입감이 좋은 보드게임 장르가 없죠. 이 장르가 사람을 많이 탄다지만, 애초에 마피아는 서로 안 맞는 사람하고 하는 게 아닙니다. (싸움만 납니다) 단, 잘 맞는 사람끼리라면, 꼭 이 기회를 통해 서로의 인성을 맘껏 드러내시기 바라요.

 

자세한 규칙은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프,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길 추천할게요. 어느덧 게임 소개의 마지막 회차에 다다랐네요. 다음 회차에는 보드게임과 함께한 한 해를 정산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마무리 회차로 찾아뵙겠습니다.

 

 

IMG_2121

 

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iostudio
http://studiosio.co.kr/

 

 

[연재목차]

2019.01 소개 紹介
2019.02 두 명 : 추상전략
2019.03 두 명 : 심리전
2019.04 두 명 : 카드
2019.05 특별편 : 빅게임
2019.06 서너 명 : 배치
2019.07 서너 명 : 추론
2019.08 서너 명 : 카드
2019.09 여러 명 : 블러핑
2019.10 여러 명 : 협상
2019.11 여러 명 : 마피아
2019.12 소회 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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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게임즈 안민우

게임 기획자이자 독립 보드게임 출판사 ‘아거게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