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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

2020-08-25

당신은 얼마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essay
숙박업을 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06. 당신은 얼마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Writer 단순한 진심 공간지기 류하윤 & 최현우

Editor ONDA 이채은 매니저

안녕하세요, 단순한 진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동해바다 앞에서 방 하나의 숙박 공간 ‘단순한 진심’을 운영하는 공간지기 하윤과 현우입니다. 이 글은 2년 전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글입니다. 단순한 진심을 준비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글이기에, 우리의 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아서 싹 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연재 글에 관한 질문이나 의견, 혹은 단순한 진심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진심에게 의견 남기기
홈페이지 : http://www.sincerity.kr/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모든 일에는 쉼이 필요합니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주 5일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쉬기 마련이지만,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별도로 정해진 휴일은 없습니다.

예약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손님을 받고, 예약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쉬는 것이 숙소 사장님들의 휴무일입니다. 숙소 사장님이 “매주 화요일은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먼저 고지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그 이유는 하루를 쉴 때마다 기회비용이 명확하게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쉬는 시간에, 너른 바위 위에 누워 볕을 쬡니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3개의 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객실당 숙박비용이 10만 원이라 가정하면, 하루를 쉬는 선택으로 인해 포기되는 기회비용은 30만 원입니다. 즉, 하루를 쉬는 대신 최대 30만 원에 이르는 매출을 포기하는 것이 손쉽게 계산되기 때문에 따로 휴일을 정하여 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는 쉼이 필요합니다. 예약이 들어오지 않아서 타의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쉬는 시간을 정하고 휴식을 취하면 주도적으로 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쉬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적절히 잘 쉬어주어야 짧은 시간 내에 지치지 않고 일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가구를 만듭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은 쉽니다.”

동네에 자주 찾는 가정식 백반집이 하나 있습니다. 기본 반찬과 메인 요리가 모두 훌륭한 곳이라서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면 자주 찾아가는 곳인데요. 식당을 처음 방문했을 때, 문 앞에 쓰여있는 휴무 안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은 쉽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주말에 쉬는 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 이 식당의 사장님은 잘 쉬어주는구나. 오래도록 운영하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단순한 진심="">은 무리하게 노동하여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단순한>적당히 노동하고 적당히 벌자’라는 주의입니다. 필요 이상의 노동을 하게 되면 보상 심리가 발동해 더 많은 소비로 이어지고, 몸을 무리하게 쓰게 되면 병원을 찾는 일도 잦아지기 때문입니다.

쉬는 시간에, 자주 찾는 식당에 찾아가기도 합니다.


<단순한 진심="">에서는 아래의 세 가지 운영 정책으로 적절한 쉼을 찾았습니다. 처음부터 세 가지 운영 정책을 한 번에 실행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에 따라 추가해온 것인데요. 숙소 유형이나 운영 방식에 따라 이를 모두 적용하기 어려운 숙소도 분명 있겠지만, <단순한 진심="">의 정책을 참고하셔서 숙소 상황에 맞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적절한 쉼을 찾아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단순한></단순한>


1) 2박 3일 이상만 받기.

처음 <단순한 진심="">이 2박 3일 이상 묵는 손님만 받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침구류 교체와 객실 청소를 덜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객실만을 운영하면서 ‘참 게으르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단순한>

침구류를 교체하고 청소하는 일이 어렵거나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님의 손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먼지 하나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기 마련이지요. 생활하기에는 충분히 깨끗한 상태이더라도 돈을 받고 공간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흠이나 결점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침구류 교체와 청소를 덜 하고 싶게 만들었고, 결국 투숙 기간이 2박 3일 이상인 손님만 받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고양이와 시간을 보냅니다.

두 번째로는 투숙객이 동해와 <단순한 진심="">에서 하룻밤만 머물다 가시면 </단순한>‘과연 얼마나 이 도시와 우리 공간을 온전히 누리실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루만 더 시간을 내어 동해와 <단순한 진심="">을 천천히 둘러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2박 3일 이상 묵으시는 손님만 받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단순한>


공간 지기인 저희 둘은 굳이 나눠보자면 ‘넓고 얕게’보다는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선호했습니다. 하룻밤만 머물다 가시는 손님이 많았을 때는 몇 마디의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어색한 인사를 하며 헤어지기 일쑤였는데요.

반면 손님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어떤 손님과는 식사와 차를 함께 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할 수 있었고, 손님이 체크아웃할 때에도 진심으로 안녕의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한 달 중 20일 이상 예약이 차면 당월 예약은 막아두기.

<단순한 진심="">은 한 달 중 20일 이상 예약이 차면 당월 예약은 모두 막아두었습니다. <단순한 진심="">은 2박 3일 이상 묵으시는 손님이 대부분이기에 6팀, 혹은 7팀의 예약을 받으면 한 달의 예약이 완료되었지요. 예약이 계속해서 이어졌던 성수기의 어느 날에는 ‘손님이 그만 오셨으면 좋겠다’라거나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달에 20일만 예약을 받기로 한 이후로는 노동의 정도가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님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환영할 수 있었습니다.</단순한></단순한>

숙박업은 손님을 대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자신의 역량보다 많은 손님을 대하다 보면 손님을 기계처럼 상대하기 쉽습니다. 마음을 다해서 손님을 맞이하되 여유로운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것 역시 숙박업 사장님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쉬는 시간에, 가까운 바다에 찾아가서 멍을 때립니다.


한 예로 평소 알고 지내는 숙소 사장님 한 분께서는 16개의 객실을 보유한 펜션을 운영하시다가 객실 4개의 숙소로 규모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금요일과 주말에만 손님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숙소 사장님께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의 시선에서는 자신의 속도와 규모에 맞는 정도를 찾아 나가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3) 손님이 체크아웃 하는 날 체크인 손님 받지 않기.

대부분의 숙소에서 고객에게 안내하는 체크아웃 시간은 오전 11시 전후입니다.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재빠르게 객실을 청소하고 오후 세 시 즈음에 다음 손님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와 다르게 앞 손님, 즉 이미 묵고 계신 손님이 체크아웃하는 날에는 다음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짧은 시간 내에 청소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컨디션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완벽하게 청소하기 어려운 날이 있을 수 있고, 또는 청소를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을 수 있는데 다음 손님을 받기 위해 반드시 그날 그 시간 내에 청소해야만 하는 게 내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손님들에게도 체크아웃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분주하게 씻고,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진심="">은 늦잠을 자거나 동네 산책을 다녀온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충분한 오후 다섯 시를 체크아웃 시간으로 정해두었습니다. 물론 교통편 때문에 일찍 체크아웃하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많은 손님께서는 늦은 시간까지 <단순한 진심="">을 온전히 누리고 가셨습니다.</단순한></단순한>


“당신은 얼마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공간 지기가 잘 쉬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랫동안 숙소 운영을 해나가기 위해서이고, 다음으로는 손님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손님을 연속하여 상대하다 보면 육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고, 생각과 달리 표정과 말투에서 미묘하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손님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겠지요.


쉬는 시간에, 맛있는 디저트를 먹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여유가 있다면 손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예약 일정을 꽉 채워서 손님을 받더라도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친절을 다할 수 있는 공간 지기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쉼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보고, 자신의 숙소에 맞는 운영 정책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진심의 여섯 번째 글, “당신은 얼마큼의 쉼이 필요한가요?”를 마칩니다. 글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은 아래 링크를 통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일곱 번째 질문, “당신의 한계를 알고 있나요?”와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한 진심에게 의견 남기기


[연재목차]

1. "꼭 숙박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2. "생각만 해도 행복한 공간을 상상할 수 있나요?"

3.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4.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

5. "당신이 책정한 숙박 가격에는 이유가 있나요?"

6. "당신은 얼만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7. "당신의 한계를 알고 있나요?"

8. "어떤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있나요?"

9. "어떻게 예약을 받는 게 좋을까요?"

10. "단순한 진심이 던진 질문들,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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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동해바다 앞에서 방 하나의 숙박 공간 ‘단순한 진심’을 운영하는 공간지기 하윤과 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