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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

2022-08-26

탄소 발자국 지우기, 트렌드가 아닌 생존의 문제

숙소나 호텔 단위에서 구체적인 ‘탄소발자국 지우기’ 방법은?

친환경, 지속 가능한 여행.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2~3년 전의 호텔 및 숙박업계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트렌디한 소재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동남아시아 등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국가에서 ‘지속 가능한 여행’은 더 이상 마케팅 용어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기후 재앙,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처절한 노력” 콘텐츠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온도가 50도가 넘어가고, 지난해 독일에는 무려 1000년만의 폭우가 내려 160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가 발생하니, 개발도상국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겠죠. 

출처: 슈카월드

아직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해수면 상승 같은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우리와는 달리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기후 위기’는 이제 생존권을 위협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건데요. 

테슬라를 시작으로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전기차’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호텔 및 숙박 업계의 ‘지속 가능한 여행 상품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죠.  

특히 최근에는 ‘탄소 발자국’이라는 용어로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 대한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는 제도가 산업 전반에 강조되고 있는데요. 

이동, 숙박, 액티비티, 레스토랑 등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전 영역도 탄소 발자국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우리가 여행지에서 편하게 쓰고 버리는 만큼, 쾌적한 자연 환경을 즐기며 여행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지속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글로벌 OTA와 호텔

호스피탈리티 산업 전반에서 현재 ‘지속 가능성’을 가장 앞세우는 곳들은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기업들입니다. 최근 미국의 호스피탈리티 소프트웨어 기업 클라우드 베즈(Cloud beds)는 ‘The Big Book of OTAs’라는 OTA 산업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2022년 가장 중요한 OTA 트렌드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배지를 단 숙소’와 ‘롱스테이’를 꼽았습니다. 여행자의 73%가 ‘지속 가능한 여행 배지’를 단 숙소에 머물기를 원하고 있고, 이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다아가 아예 ‘지속 가능한 여행’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부킹닷컴은 32가지의 지속 가능성 항목을 숙소들에게 제시합니다. 특정 요건을 만족하면 이를 실천하는 숙소라는 배지가 붙고, 아래 사진처럼 카테고리를 따로 분리해 보여줍니다. 이 친환경 카테고리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의 숙소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거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부터 메타 서치 엔진 카약은 여행자가 여행 과정에서 비행기·기차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은 이산화탄소(CO)를 발생하는 항목을 여행자에게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킹닷컴과 카약은 위와 같은 서비스를 연계해 여행자가 가장 적은 탄소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거죠.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아예 항공사별, 호텔별 ‘지속 가능성’ 점수를 측정해 줄세우기도 하고, 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 숙소나 호텔 단위에서 구체적인 ‘탄소발자국 지우기’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지난 2021년 10월 발행된  ‘Global accommodation sector, The road to net zero emissions’에서는 현재 구현 가능한 가장 진보된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하면 개별 숙박 시설이 최대 32%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한 호텔에서 에어컨, 난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조 시스템을 170만 유로(약 23억원)을 들여 공사했다면, 1년에 최대 6만 유로(약 8000만원)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의 펌프 시스템을 교체해 1천 유로(약 133만원)을 투자한다면 연간  500~600유로(66만원 ~80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출처: Global accommodation sector, The road to net zero emissions)

이 외에도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고, 썬팅을 해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요. 호텔에서 운영하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거나 엘리베이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도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객실에 제공되는 각종 1회용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재사용 가능한 물품으로 바꾸는 캠페인도 필요합니다. 반야트리 그룹은 ‘재사용할 수 없으면 거절해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통해 1회용 플라스틱 제공을 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기도 했고, 아난티는 호텔 내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객실당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을 제한하는 정책, 쓰레기 분리수거도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필히 수행해야 할 과제죠. 

이 같은 투자와 정책은 초기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탄소발자국을 줄이게 되면 결국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는 길이 됩니다. 건물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매년 많은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호텔은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OTA에서 더 많이 노출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린워싱이 아닌 진정한 탄소발자국 줄이기

현재 소비자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합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70 ~ 80% 넘는 사람들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SBS 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친환경 소매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무려 3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는 여행 시장 전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 실시간 가격 검색이 가능해진 이후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 대상 사업이 ‘최저 가격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남들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소비자들의 눈에 띌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더 비싼 가격을 내는 가심비(가격 대비 소비의 만족도)의 시대가 열렸으니까요. 

친환경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여행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죠. 

시장이 커지다 보니 친환경·지속 가능성·탄소발자국을 앞세워 위장 마케팅을 하는 ‘그린워싱’ 문제도 늘고 있습니다. 배출가스량을 조작한 일부 자동차 회사들의 ‘디젤 게이트’, 10여 년 전 전 국민적 분노를 샀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이 대표적인 그린 워싱 사례들이죠. 

이런 일은 부디 여행업에서는 없었으면 합니다. 여행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누구도 더러운 백사장과 폭염 폭설로 난리가 난 곳으로 휴가를 가고 싶진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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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Ceo Staff Contents Lead

IT·벤처 전문 취재 기자로 일하다 지난 2021년 3월 온다에 합류. 온다의 PR과 콘텐츠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