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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s

2019-07-31

ESSAY : 독립게임 에세이 – 공간을 채우는 예술, 게임 08

08. 서너 명 : 카드

Writer 아거게임즈 안민우 대표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Photo 유화가랑&Studio Sio


 

안녕하세요, 아거게임즈 대표 안민우입니다. 저는 요새 새로운 일로 구미에 머무르고 있는데, 서울보다 한적한 것이 좋네요.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괜히 구미에 있으니 더 여행을 가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근데 요즘과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막연하게 유유자적 쉬고 싶네요. 시원한 과일과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며 말이죠.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보드게임에 푹 빠져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 더 타이트하게 서로를 견제하며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번 회차보다 더욱더 쫀쫀하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들을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징 : 카드

이번 호에서는 손에 든 카드를 활용하여 플레이하는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카드라는 게임 구성품은 보드게임 중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구성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게는 트럼프 카드만 봐도 색상, 문양, 숫자로 나누어지며 특정 카드는 특수 효과를 담죠. 더 나아가 화려한 일러스트와 텍스트, 아이콘도 들어가고 크기와 개수의 제한도 적고요.
게다가 이번에 소개할 세 가지 카드 게임은 플레잉 카드가 여러 게임 구성물과 어우러져 재미와 다양성을 끌어냅니다.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물론 카드 게임 중에서도 충분히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이번에 제가 들고 온 게임은 다소 가볍고 재치 있는 것들이에요. 빵빵 터질만한 것들로, 아트워크와 구성품까지 예쁜 게임만 골라 가져와 봤습니다. 본인의 손에 카드를 들고 게임의 각 구성품을 활용하여 어떤 전략을 펼치는지에 따라 게임 플레이 양상이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 고난도의 심리전을 요구하는 치열한 카드 게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 티키토플(Tiki Topple)

 

01_게임 소개

대망의 첫 게임은 바로 티키토플(Tiki Topple)입니다. 이 게임은 매우 가볍고 빵빵 터지는 카드 심리전 게임으로 첫 게임이나 에피타이저로 즐기기 좋죠. 아, 그리고 제게는 티키토플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강남에서 남자 서너 분이 이 게임 하나를 하려고 택시 타고 달려오셔서 무척 놀랐거든요.

 

어느 날, 제 공간에 전화하신 어떤 남자분이 대뜸 ‘티키토플’ 있냐고 물으셨더랬죠. 당연히 있다고 하니까, ‘지금 강남인데 바로 택시 타고 갈게요.’ 하시고 뚝 끊으셨어요. 그리곤 매장에 도착하시자마자 얼마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2천 원’이라고 하니까 무척 놀라시더라고요. 보드게임 체험 공간 가격은 어디나 대동소이할 텐데 왜 놀라실까 했죠. 근데 알고 보니 이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친구들끼리 여행 가는데 구매해 가려고 하신 거죠. 저는 내심 ‘아니, 티키토플이 이 정도의 게임이라고?’ 하면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게임 설명법을 좀 더 보강하여 서너 명이 카드 심리 게임을 찾으실 때, 첫 게임으로 곧잘 나가고 있어요. 아 그 남자분들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뭐 당연히 저희 공간에 단 하나 있는 것을 팔 수는 없었고, 그냥 티키토플을 시작으로 다른 게임들까지 신나게 플레이하신 다음 돌아가셨습니다. 어떠세요? 벌써 기대되시죠?

 

02_티키토플 플레이 규칙 설명

자, 이 정도로 재미있는 티키토플의 규칙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죠. 물론, 규칙이 간단하다는 것이지 이기기 쉽다는 말은 아닌 거 아시죠? 게임의 재미를 오롯이 느끼면서 전략을 구사하려면 심리전과 카운팅, 포커페이스는 기본입니다!

 

먼저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게임판 가운데에 토템들을 세팅합니다. 토템을 뒤집으면 특정한 문양이 있는데, 이때 중요한 건 토템 별로 문양이 같은 것끼리 일렬로 모아 줄을 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문양 안에서의 토템 순서는 상관없는데, 문양끼리는 섞이면 안 됩니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므로 꼭 지켜주세요.

 

세팅과 동시에 각자 원하는 색의 카드 덱을 가져가고, 해당 색깔의 플레이어 말도 게임 점수판의 시작 위치에 올립니다. 플레이어별 카드 덱의 구성은 숫자 1 두 장, 숫자 2와 숫자 3 한 장씩, 티키토플 카드 한 장, 티키토스트 카드 두 장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총 7장을 가져가지만 두 명이서 플레이할 때만 이를 다 사용할 수 있고, 3~4인이 할 때는 숫자 1 한 장을 제외하고 모두 6장을 가진 채로 진행합니다. 그다음 중앙 미션 카드 더미에서 각자 한 장을 뽑아 이번 라운드의 미션으로 사용합니다. 미션 카드는 자신만 볼 수 있으며, 내가 이번 판에 어떤 토템을 1등, 2등, 3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이 미션 카드를 잘 감춰야 하는 이유는, 한 판이 끝났을 때 각각 미션을 완수한 만큼 점수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내 미션을 알게 된다면 훼방을 놓겠죠.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내 차례에 카드 한 장을 쓸 수 있습니다. 카드는 모두 중앙 라인에 있는 토템에게 영향을 주며, 상세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숫자 카드 : 한 토템을 골라서, 카드에 적혀 있는 숫자만큼 라인의 위로 보냅니다.

2. 티키토플 카드 : 한 토템을 골라서 라인의 가장 아래로 보냅니다.

3. 티키토스트 카드 : 토템을 고를 수 없고, 가장 아래에 있는 토템을 즉시 게임에서 제외합니다.

 

이 중 한 장을 쓰고 나면 내 차례가 끝나고, 시계 방향 순으로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갑니다. 카드의 능력 중 티키토스트 카드를 쓰게 되면 9개의 전체 토템이 하나씩 줄어드는데요. 그러다 토템이 3개만 남거나, 모든 사람이 카드를 다 쓰게 되면 게임은 끝납니다. 이때 각자의 미션 카드를 공개하고, 성공한 미션 만큼의 점수를 받으면 됩니다.

 

점수 계산은 간단한데, 미션 카드의 1등 색깔과 실제 게임에서 살아남은 세 개의 토템 중 1등 토템(맨 위 토템)의 색이 일치한다면 1등에 해당하는 9점을 받습니다. 미션 카드는 부분 점수가 있기 때문에 해당하는 등수마다 따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요. 심지어 미션 카드의 2등은 실제 해당 색의 토템이 2등 안에만 들어도 2등 점수인 5점을 받고, 3등은 실제 해당 색의 토템이 3등 안에만 들어도 3등 점수인 2점을 받습니다.

 

이렇게 얻은 점수만큼 게임판에 있는 본인 색깔 말을 앞으로 움직여 내 점수를 표시하고, 새로운 라운드를 위해 나머지 구성품을 다시 세팅합니다. 그리고 방금 끝난 라운드 선 플레이어의 다음 사람이 새로운 라운드의 선 플레이어가 되어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하죠. 그러다 누군가 35점을 돌파하거나, 참가 인원 수만큼 라운드를 진행하고 나면 게임은 최다 득점자의 승리로 종료됩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당연히 내 미션 카드가 뭔지 잘 생각하고 게임을 멀리 보셔야 합니다. 내 미션 카드에 속한 토템, 특히 1등 토템이 중앙 라인의 아래에 있을수록 제외될 확률이 높아지니 조심하셔야겠죠. 또 그렇다고 안전한 위쪽으로 올리겠다고 섣불리 티 낼 수는 없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괜히 내 미션을 들키면 그대로 해당 토템이 아래로 끌려 내려오고(티키토플 카드), 사라지기(티키토스트 카드)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게임은 모든 카드를 손에 들고 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졌을 때 카드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패 운이 좋지 않았다’ 같은 변명은 못 하니 게임 설계를 잘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손에 남은 카드까지 쓰게 될 수 있음으로, 후반부에는 카드 쓰임새를 잘 계산하여 자충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하필 손에 남은 게 티키토스트 카드라 내 미션 카드에 맞는 토템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제외해버릴 수도 있거든요. 최선책과 차선책을 잘 준비해서 포커페이스를 사용하세요.

 

04_비주얼

티키토플은 전황이 훅훅 바뀌면서 플레이 템포가 빨라 가볍게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비주얼도 이에 맞게 캐주얼하고 색이 화려해, 토템으로 게임을 하는 느낌 자체가 살아나죠. 전 완전 초기 버전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한국어 버전으로 나온 판의 토템이 좀 더 가볍더군요. 공법이 좋아진 건지, 원가 절감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묵직한 맛이 좋더라고요.

 


첫 게임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카드 심리전 게임, ‘티키토플(Tiki Topple)’

 

 

 

2. 보츠와나(Botswana)

 

01_게임 소개

이 게임은 사실 규칙 설명이 티키토플보다 간단하지만, 오묘한 심리전이 더 강하게 더해져서 뒷 순번으로 소개를 빼놨습니다. 그 말인즉슨, 룰 설명 후 플레이 시 이 게임의 어떤 부분이 재밌는지를 말해줘야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설명 퀄리티에 따라 재미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큰 게임입니다. 저희 공간에서는 그저 패키지가 예뻐서 손님들께 나가지 않고 고이 잠들어 있었죠. 한글판이 나오고 나서야 한번 설명해봤는데 꽤 반응이 좋더라고요. 특히 제 생각으로는 나이가 어린 분들께 반응이 좋을 줄 알았는데, 당연히 처음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어리면 어릴수록 흥미는 금방 떨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심리전 하는 맛을 알아서일지, 성인들이 더 심도 있게 즐기고 좋아하시더라고요.

 

02_보츠와나 플레이 규칙 설명

미리 말씀드린 대로 규칙은 티키토플보다 조금 쉽습니다. 우선 귀여운 동물 피규어를 꺼내 중앙에 잘 정리해놓으시면 됩니다. 동물은 총 다섯 종류로 코뿔소, 코끼리, 사자, 표범, 얼룩말이 각각 5마리씩 있어요. 그리고 카드도 동물별로 숫자 0부터 5까지 6장씩 있는데 이 총 30장의 카드를 잘 섞어 모두 똑같은 장수로 나눠 갖습니다. 인원수에 따라 남는 카드는 뒤집어 놓고 쓰지 않을 거예요.

 

본인 차례가 되면 반드시 손에 든 동물 카드 한 장을 앞면으로 중앙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다음 아무 동물 피규어나 골라 본인 앞으로 가져옵니다. 낸 카드와 상관없이 고르시면 됩니다. 다음 사람도 본인 차례에 마찬가지로 동물 카드 한 장을 내고, 동물 피규어 하나를 골라 가져옵니다. 이때 내가 내는 카드가 만약 이미 누군가가 낸 동물 카드라면, 그 위에 겹쳐놓습니다. 단 기존 카드의 숫자는 가리지 않도록요. 이렇게 차례가 계속 돌다가 어떤 동물이라도 6장의 카드가 모두 나오게 되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이기는가를 판가름내는 점수계산일 텐데요. 이것 또한 간단합니다. 본인 앞에 있는 특정 동물의 ‘마릿수’와, 중앙에 있는 해당 동물 카드의 맨 위(최신) ‘카드에 적힌 숫자’를 곱하면 동물별 점수가 됩니다. 이 방법으로 내 앞에 있는 모든 동물을 종류별로 계산하고 전체 점수를 합산 후,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정교한 동물 피규어가 인상적인 ‘보츠와나(Botswana)’

 

 

03_게임 플레이 전략

규칙이 별거 없죠? 심리전을 치열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굉장히 단조로운 게임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호불호 편차도 좀 있는 편이고요. 우선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해당 동물의 카드가 언제 다 빠질지 수를 잘 내다봐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액션에 따라 게임이 금방 끝날 수도, 카드를 거의 다 소모할 때까지 갈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가진 카드의 정보가 곧 영향력이기 때문에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런 것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거짓말이 판을 치고, 허장성세가 게임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죠.

 

그런 블러핑과 상관없이, 상대가 가져가는 동물은 상대의 점수와 직결됩니다. 결국, 이 동물 피규어 갯수는 상대 전략의 씨앗이므로 주목 및 견제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숫자와는 상관없이 게임이 끝났을 때 가장 위에 올려진(최근) 카드의 숫자 또한 점수로 직결되는 점도 상대방을 잘 견제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겠죠? 또 보츠와나도 티키토플처럼 모든 카드를 손에 들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설계를 잘해야 하는 건 똑같지만, 더 심화된 요소 한 가지는 각자의 카드덱을 쓰는 게 아니라 공용 덱에서 카드를 나눠 가진다는 거예요. 그러면 내 카드를 보고 ‘상대방들이 어떤 카드를 들고 있길래 이런 플레이를 할까’를 생각할 수 있겠죠. 상대의 막타 한 방에 내가 모아온 동물들의 점수가 훅 깎일 수 있으니 꼭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셔야 합니다.

 

아! 그리고 전체 카드가 30장이기 때문에 4인 플레이의 경우 2장이 남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남는 카드가 있어야 변수도 생기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제 공간을 찾는 분께는 일부러 3인 플레이일 때도 한 장씩을 빼서 3장을 남겨두고 플레이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04_비주얼

보츠와나를 예전에는 쉽게 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한글판으로 ‘와일드 사파리’라는 이름을 달고 발매된 지도 꽤 됐습니다. 다만 전 원래 제목인 보츠와나가 더 예쁜 것 같아요. 아프리카 남쪽의 나라 이름인 만큼, 비주얼을 딱 봐도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나무 구성품이 아닌, 사실적인 동물 피규어가 인상적입니다. 줄 세워놓으면 되게 아기자기해요. 괜히 꺼내놨다가 구성품이 정말 예뻐서 누가 가져가진 않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아직까진 다행히도 누가 가져가거나 분실한 적은 없습니다.

 

 


티키토플보다 간단하지만, 오묘한 심리전이 더 강하게 더해졌습니다.

 

 

 

 

3. 본 (B.o.N : Boast or Nothing)

 

01_게임 소개

이번 호 마지막으로 소개할 게임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보드게임 본(B.o.N)입니다. 오늘 배울 게임 중 가장 어렵지만, 그만큼 심도가 있어 두고두고 즐길만한 게임입니다. 이는 카드 게임 중 트릭테이킹 장르에 속한 게임인 만큼 한번 배워놓으시면 좋습니다. 트릭테이킹은 상당히 오래되고 전통 있는 장르로서 여기 속하는 카드 게임에 정말 재밌는 게임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동일 장르 게임이라도 저마다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질리기는커녕 한번 잘 배워 놓으면 앞으로 새로운 트릭테이킹 게임을 할 때 큰 힘 안 들이고 배워 오래 즐길 수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트릭테이킹을 하려면 카드 게임에서 중요한 카운팅, 타이밍 파악이나 블러핑 등을 잘 써야 하니 다른 장르의 카드 게임을 새로 배우기도 수월해집니다. 게다가 본(B.o.N)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의 묘미, ‘적은 구성품으로 최대의 심도’를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플레이하며 신경 쓸 요소가 많고, 수 싸움이 강하죠. 이제 한번 본(B.o.N)을 자세히 알아볼까요?

 

02_본 플레이 규칙 설명

우리는 이제 본에서 맥주 한잔을 걸치며 월드 챔피언십 허세 배틀에 참가하게 됩니다. 구성품은 서열 토큰과 1~11이 적힌 3가지 색의 카드, 4장의 패스카드, 마커와 플레이어 시트, 점수판입니다. 우선 게임 준비를 위해 무작위로 테이블 중앙에 3가지의 서열 토큰(빨강, 파랑, 노랑) 탑을 쌓습니다. 토큰 색깔은 곧 허세 카드의 색깔과도 일치해요. 빨간색은 능력, 파란색은 경험, 노란색은 돈에 대한 허세를 의미하고 숫자가 커질수록 허세를 의미하는 그림들도 표현 정도가 세져요.

 

이제 각 플레이어는 본인이 원하는 색상의 마커와 플레이어 시트를 고르고 점수판에 마커를 올립니다. 인원수에 따라 게임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인원수에 맞춰 카드 덱을 잘 구성해야 하는데 세 명일 경우 카드 색깔별로 1~7까지 및 패스 카드 2장을 사용하며, 네 명일 때는 1~9까지와 패스 카드 3장, 다섯 명은 1~11까지 카드 전부와 패스 카드 4장 모두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세팅한 덱은 잘 섞어 모두에게 7장씩 나눠주면 인원수와 관계없이 항상 2장이 남고, 이 2장은 공개하지 않고 변수로 둡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가장 최근에 술을 마신 사람’부터 시계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본인 차례에는 본인 손에 있는 카드 중 1장을 내려놓습니다. 선 플레이어가 내는 카드의 색을 ‘프라임 컬러’라고 하는데, 뒷사람들은 반드시 이 색상을 따라서 내야 합니다. 만약 본인이 프라임 컬러를 지정하고 싶다면 트릭에서 이겨 선 플레이어가 되어야만 하죠. 만약 뒷사람 손에 프라임 컬러 카드가 없다면 아무 카드나 내도 됩니다. (패스 카드는 가장 약한 카드로, 프라임 컬러의 카드 유무와 상관없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카드를 내고 나면 한 트릭이 끝나고, 그중 가장 강한 카드를 낸 사람이 해당 트릭을 가져가며 이를 뒤집어 본인 앞에 내려놓습니다.

 

이때, 가장 강한 카드를 정하는 규칙이 다른 카드 게임과 다르게 조금 어렵습니다. 먼저 아까 무작위로 쌓아둔 서열 토큰을 봅니다. 맨 위에 있을수록 강한 색이라는 뜻이라 이번 트릭 안에서 해당 색의 가장 높은 숫자가 가장 강한 카드입니다. 다른 색의 카드들은 숫자가 아무리 높더라도 모두 상위 색깔에 집니다. 색깔이 우선이고, 숫자는 그다음이죠. 그리고 패스 카드는 무색에 숫자가 없으니 가장 약한 카드고요. 그다음 누군가 트릭을 따가게 되면 서열 토큰에 변동이 생긴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지금 트릭에서 승리한 색의 서열 토큰은 그대로 최하위 강등되어 맨 밑으로 갑니다. 그 주제의 허세가 관객들에게 재미없어졌다는 의미죠. 그리고 트릭에서 승리한 사람이 다시 선 플레이어가 되어 새로운 트릭을 시작합니다. 획득한 트릭은 본인 앞에 잘 정리해두어 이번 라운드 7트릭 중 몇 개를 땄는지도 표시합니다. 이런 사이클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손에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한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매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플레이어는 점수를 얻는데, 본(B.o.N)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 바로 이 점수 획득 방법입니다. 월드 챔피언십 허세 배틀에서 우리의 허세를 평가할 관중들과 심사위원도 모두 취해 있기 때문에 특정 횟수에 맞춰서 트릭을 따온 사람만이 인기도(점수)를 얻게 되는데, 인원수에 따라 그 횟수가 다르거든요. ‘점수를 얻기 위한 트릭 수’는 세 명이 플레이할 경우 3트릭, 네 명이 플레이할 경우 2트릭, 다섯 명이 플레이할 경우 1트릭으로, 딱 정해진 트릭만을 따야 1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따도, 덜 따도 안되며 이를 어기면 점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예외! 인상적인 건, 아예 어떤 트릭도 따지 않으면 너무 쿨해 보여서 2점을 준다는 거죠. 이와 같은 점수 규칙 때문에 게임은 굉장히 독특하게 흘러갑니다. 처음엔 모두 트릭을 안 따려고 하지만, 따기 시작하면 정확히 트릭 수를 맞추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태세 전환을 적시에 하셔야 이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라운드를 진행하다가 누군가 도합 5점을 얻으면 게임이 종료되고 해당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허세배틀에서 이긴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맥주를 얻어먹어도 되겠죠?

 

적은 구성품으로 최대의 심도를 만드는데 특화된 보드게임, ‘본(B.o.N)’

 

 

 

03_게임 플레이 전략

우선 트릭테이킹이라는 카드 게임 장르의 특징은 선 플레이어부터 돌아가면서 카드를 한 장 낼 때, 뒷사람들은 무조건 선 플레이어가 내는 색깔을 따라 맞춰 내야 하는 규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 한 장씩 내고 난 걸 트릭(Trick)이라 부르고, 그중 가장 강한 카드를 낸 사람이 해당 트릭을 따가면서(Taking) 새로운 선 플레이어가 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죠.

 

그럼 과연 본(B.o.N)은 기존 트릭테이킹 게임과는 어떤 특징이 다를까요? 먼저 카드 색깔의 서열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바뀐다는 점, 점수를 얻기 위한 목표 트릭수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가장 독특한 부분입니다. 어떤 색의 카드가 남았는지를 카운팅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열 변화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야 하죠. 그리고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아예 트릭을 따지 않을 것인가, 정확히 인원수에 맞는 트릭 수를 딸 것인가도 잘 정해야 하고, 만일 게임 진행을 보며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면 타이밍을 잘 잡아 바꿔야 합니다.

 

카드 게임 경험이 적다면 이런 묘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본(B.o.N)의 게임 로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카드와 서열 토큰 뿐인데도 이 게임이 깊이 있는 이유는 심리전이 강하게 걸리기 때문인데요. 그러려면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하죠. 손패를 받을 때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게임 전체를 보고 순간적인 판단을 잘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매력적인 게임성 덕분에 본(B.o.N)은 3명이 즐기면 굉장히 타이트하고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고, 4~5인으로 인원이 많아지면 빵빵 터지는 파티게임이 됩니다.

 

04_비주얼

본 (B.o.N)은 국내 보드게임 작가 ‘정연민’이 게임 디자인을, ‘Mr.Misang’이라는 국내 아티스트가 아트워크를 맡았습니다. 게임의 콘셉트가 ‘월드 챔피언십 허세 배틀’인 만큼, 게임 로직과 아트워크 또한 재치 있고 익살스럽습니다.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 조화 때문인지 게임 자체가 귀여우니 플레이하면서 허세도 부려보고 장난을 좀 많이 치게 되더라고요. 게임이 주는 정서와 비주얼도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데, 오밀조밀하고 힙한 그림체에 유난히 콧수염이 멋들어진 캐릭터가 돋보입니다.

 

보통 카드 게임은 제작비 때문에 카드 한 장 한 장마다 아트워크를 따로 작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보통 하나의 일러스트로 색상이나 문양을 변주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본은 카드마다 전부 다르죠. 빨간색은 능력, 노란색은 돈, 파란색은 경험에 대한 허세를 담고 있어 카드마다 소소한 스토리도 있고요. 숫자가 올라갈수록 강력해지는 허세에 따라 변하는 아트워크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패스 카드는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걸 의미할 정도니까요. 고급 카드지, 금박을 입힌 나무 구성품 등 퀄리티도 높습니다. 게임 전면 박스에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가릴 수 있는 그 어떤 타이포나 이미지, 심지어 회사 로고까지도 없죠. 각종 정보는 모두 박스 뒷면에 들어가고 앞면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아무 데나 놓아도 예쁜 게임입니다.

 

 

게임의 콘셉트가 ‘월드 챔피언십 허세 배틀’인 만큼, 게임 로직과 아트워크 또한 재치있고 익살스럽습니다.

 

 

 

Fine.

티키토플부터 보츠와나, 본(B.o.N)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 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3~4인용 카드 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훨씬 친숙하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낮지만, 심도가 낮아 쉬어가는 느낌으로 즐기는 게 좋습니다. 오래 걸리는 게임 사이사이에 섞어주면 최고죠. 자세한 규칙은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프,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서너 명을 넘어, 더 많은 인원이나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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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iostudio
http://studiosio.co.kr/

 

[연재목차]

2019.01 소개 紹介
2019.02 두 명 : 추상전략
2019.03 두 명 : 심리전
2019.04 두 명 : 카드
2019.05 특별편 : 빅게임
2019.06 서너 명 : 배치
2019.07 서너 명 : 추론
2019.08 서너 명 : 카드
2019.09 여러 명 : 블러핑
2019.10 여러 명 : 협상
2019.11 여러 명 : 마피아
2019.12 소회 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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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게임즈 안민우

게임 기획자이자 독립 보드게임 출판사 ‘아거게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