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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

2019-07-30

ESSAY :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사장까지 08

08.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

Writer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https://brunch.co.kr/@merrychloemas)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운영 대행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숙소발전소의 공동대표이자 운영총괄을 맡은 CHLOE(클로이)라고 합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숙박업계에 발을 들였고, 프랜차이즈 게스트하우스의 총괄 매니저와 숙소통합예약관리서비스 ONDA의 영업과 파트너 지원 업무를 통해 시야를 넓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집중해 그 세계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숙소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숙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온 경험과 여러 컨셉의 숙소를 운영해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쌓은 숙소 운영 노하우를 많은 분께 널리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Photo by Eni Bakare on Unsplash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

지난 회차에서는 잘 되는 숙소의 조건, ‘매뉴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그런데 모든 숙소가 동일한 매뉴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 숙소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게스트하우스라면 공통으로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숙박업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표준)를 숙박업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찾아야 할까?

 

 

“게스트하우스”가 의미하는 것

흔히 숙박업 허가를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법령은 크게 두 가지, 공중위생관리법과 관광진흥법이다. 하지만 이 두 법령을 읽어보면 ‘게스트하우스’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숙소를 고를 때 게스트하우스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만큼 게스트하우스 시장은 성장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비공식적인 용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비앤비, 호스텔, 배낭여행자를 위한 도미토리(기숙사형 객실) 형태의 숙소 등 다양한 중저가 숙소를 모두 아우르는 말로 사용될 만큼 주요한 숙박 문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수천여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생길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이를 뒷받침할만한 법과 제도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결국 1) 진입장벽이 낮은 게스트하우스 창업 2) 유행처럼 번지는 게스트하우스 창업 3) 숙박 분야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인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잘못 쓰이는 용어, 게스트하우스

실제로 ‘OO 게스트하우스’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숙소들을 방문해보면 사업자 등록의 내용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일반숙박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어떤 곳은 호스텔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또 어떤 곳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은 곳이다. 따라서 굳이 따지자면, 게스트하우스라고 이름이 붙었어도 이 게스트하우스들은 각각 다른 기준에 맞춰 창업한 서로 다른 형태의 숙박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게스트하우스’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한다. 숙박 업계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내려진 정의가 없고, 그 단어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없기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심지어는 게스트하우스가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나자, 기존에 영업 중이던 펜션들도 간판 옆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상호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붐비는 지역에 가보면 ‘OO 게스트하우스 호텔 민박 펜션’이라고 적혀있는 해괴망측한 간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간판들을 볼 때면, ‘아 정말 게스트하우스 창업이 붐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 유행은 언제 또 금세 사그라들까.’라는 걱정이 들곤 했다.

 

그들은 모두 ‘게스트하우스’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 pixabay)

 

 

 

게스트하우스 창업의 현실

그 걱정은 역시나 현실이 되었다. 2019년 현재 게스트하우스 창업 유행은 점차 사그라드는 중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숙박업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의 숙박업인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고된 노동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접는 것이다. 특히 처음엔 투잡 혹은 부업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일이 쏠쏠한 용돈 벌이가 되자 점점 규모를 늘려나가던 사람들이, 급격하고 과도한 확장으로 숙소 운영에 대한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 게스트하우스의 쓴맛을 보고 돌아서는 경우도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시장에는 끊임없이 안 좋은 이슈들이 터졌다. 사드(THAAD) 사태와 같은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게스트하우스의 주요 타깃인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줄었고, 그 이후로는 성폭행과 살인사건 등 게스트하우스의 안전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또한, 강릉 펜션 화재 사고로 인해 지방의 게스트하우스가 주로 등록 신고하는 농어촌민박업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게스트하우스의 확장은 계속 주춤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스트하우스의 폐업률이 창업률보다 더 높냐고 물어보면, 답은 ‘NO’다. 왜 그럴까?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

꾸준히 신규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는 이유는 바로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풀어서 말하자면 게스트하우스 창업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게스트하우스 업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 반면 이를 제대로 안내해줄 사람도, 제도도, 법도 없다. 카페나 치킨집처럼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 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파워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면, 어디서든 스타벅스에 가면 동일한 음료를 맛볼 수 있고, 동일한 분위기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요즘 핫한 메뉴인 치즈볼이 먹고 싶으면 BHC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어딜 가도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없다. 국가에서나 시장에서나 게스트하우스는 전문적으로 다루어지는 분야가 아니므로. 그래서 많은 게스트하우스 창업자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숙소를 운영하며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배운다.

 

나 역시 처음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았을 당시, 참고할 가이드가 전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직접 숙소를 운영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곳인지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규칙을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5년에 처음 내 손으로 게스트하우스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이 매뉴얼이 옳은 것인지, 안전상 문제가 없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단지 먼저 경험해본 것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조언해줄 정도의 노하우 정도만 쌓을 수 있었을 뿐이다.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파워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은 없다. (Photo by Kristian Egelund on Unsplash)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를 공부하게 된 계기

그래서 좀 더 정확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를 알기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수많은 숙소 운영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숙박업소의 예약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ONDA(구 ZARI)에서 근무할 당시 나는 프로그램의 사용자들, 즉 숙박업소 호스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담해 숙소마다 운영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이때 호스트들에게 필요했던 도움은 예약 관리뿐만 아니라 숙소에서 일할 사람을 뽑고 교육하는 법, 청소를 잘하는 법, 좋은 침구와 비품을 고르는 법, 숙소를 홍보하는 방법 등 숙소 운영 전반에 관한 모든 것들이었다.

 

직접 숙소를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호스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나 또한 고민해본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퇴사 후 숙소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숙소발전소’라는 작은 회사를 만들었다. 감사하게도 창업 후 많은 게스트하우스로부터 운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객실 22개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우리는 숙소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2017년 7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7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왔다. 7개의 숙소는 위치는 당연하거니와 규모, 컨셉, 객실 타입, 인테리어 등등 모든 것이 달랐다. 덕분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숙소 운영 문의를 받을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게스트하우스에도 꼭 스탠다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는 왜 필요할까?

안타깝게도 게스트하우스 호스트 혹은 예비 호스트 중에는 숙박업소의 운영자로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법적인 운영을 계획하는 사람부터 이미 운영 중인 사람 중에는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국적의 게스트만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숙박 문화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숙박업소의 운영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숙박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숙박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좋으련만. 이러한 생각을 올바르게 잡아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가 아닐까 싶다.

 

 

게스트하우스에도 꼭 스탠다드가 필요하다. (Photo by Frederick Tubiermont on Unsplash)

 

 

다행히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7년부터 한국 관광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여 관광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업에도 아쉬움은 있다. 품질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근거가 관광진흥법에 있기 때문에 일반숙밥업, 농어촌민박업 등 다른 법을 근거로 하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정의와 법적 근거, 사회/문화적인 근거가 부족해 정리가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늘 아쉬운 점은 게스트하우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법과 제도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의 이해 수준이 높아지지도 않을 테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Photo by Teemu Paananen on Unsplash)

 

 

숙소발전소의 노력

그런 의미에서 ‘숙소발전소’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오는 중이다. 게스트하우스 창업과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운영 교육부터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모임, 숙박 전문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로 게스트하우스의 바람직한 모습을 만들고 알려온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숙박업소에 종사하는 모든 분과 이 글을 읽고 계신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여러분도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를 정립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주심을 바라본다.

 

 

[연재목차]

(게스트하우스의 사람 이야기)
01. 프롤로그 +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02.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하루, 밀착취재 25시간.
03. 게스트하우스에는 왜 ‘게스태프’가 생겼을까?
04. 게스트하우스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사람.

(게스트하우스의 운영 이야기)
05.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의 고민
06. 세상에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도 많고, 나쁜 게스트하우스도 많다.
07.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그것’이 있다.
08.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

(게스트하우스의 창업 이야기)
09.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일까, 서비스업일까, 부동산업일까.
10.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
11. 될 사람은 된다? 잘 될 숙소는 된다!
12. 그럼에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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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발전소 클로이(CHLOE)

게스트하우스 운영 대행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숙소발전소의 공동대표이자 운영총괄을 맡고 있습니다.